기초지자체 중 인구 노령화가 가장 심각한 의성군, 도움의 손길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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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어미견 옆에 새끼 강아지들이 모여 있다. 루시의 친구들 제공 | ||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몸부림쳤다. 고양이는 심한 화상에 고통받았고, 쇠목줄에 묶인 채 불길에 휘말린 개들은 달궈진 쇠로 인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불타는 숲 속에서 탈출할 길조차 없는 강아지들은 절망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 속에서, 인간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구조의 손길이 절박하게 필요한 순간, 23일 '루시의 친구들'을 비롯한 4개 동물보호단체가 긴급히 구조에 나섰다. 그들은 죽음과 고통 속에서 아픔을 겪고 있던 동물들을 위해 달려갔다.
의성군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주민들의 대피조차 힘겨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반려동물들의 대피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동물들은 더욱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구호단체들은 마을 이장과 대피소를 통해 동물들의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총 24마리의 동물이 구조됐다. 이들은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타는 축사 안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은 염소도 구조됐다. 일부 단체는 여전히 현장에서 추가적인 구호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구조 작업 중, 또 다른 충격적인 장면이 발견됐다.
산속의 불법 개농장에는 100마리 이상의 개들이 방치돼 있었다. 그들 역시 화마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개농장은 마을 교회 근처에 위치해 있었고, 대형 음식쓰레기차가 운반해 온 폐기물들이 방치된 상황이었다. 불법 개농장의 주인은 구조 활동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며,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일부 동물들만이 구조될 수 있었다.
의성군은 그동안 유기동물 구조에 대한 참담한 통계를 기록하고 있었다. 241마리의 유기동물 중 단 21마리만 입양됐고, 116마리는 안락사되거나 폐사됐다. 이 지역의 방역 상황 또한 심각했다. 불법 개농장과 음식물 쓰레기가 노출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의 위험이 커지고 있었다.
김복희 코리안 독스 대표는 "의성군은 반려동물 놀이터와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은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재난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더욱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산속 불법 개농장의 개들 중 다수가 임신 중으로, 의성군은 축사 주변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소방 방제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산불 진화 후, 불법 개농장에 대한 전면적인 폐쇄와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영환 정책국장은 "이번 산불로 ASF 감염 멧돼지가 이동한 경로는 알 수 없다. 음식쓰레기와 불법 개농장이 방치되어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하며, ASF 확산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즉각적인 개농장 폐쇄와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사)코리안독스, (사)코리아 케이나인 레스큐(KK9R), (사)유엄빠, 3677 동물구조대, 더휴 24시 동물메디컬 센터 등 단체들이 구호 활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동물들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