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권성동 "먼저 처리한 뒤 野 요구안 별도 논의하자"
박찬대 "언발에 오줌누기…과감한 추경 편성 필요"
여야가 31일 정부가 발표한 '10조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등 주요 현안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만나 추경 등 현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하면서 회동이 한 시간 만에 소득 없이 일단락됐다.
3월 임시국회가 다음 달 3일 회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양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논의를 나누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신속한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경제정책 책임론, 헌법재판소 구성 등을 둘러싸고 팽행선을 달렸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시작한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제시한 추경 규모에 대해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쭉정이에 불과하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여야가 우선 (추경 편성) 취지에 동의하면 그때 가서 관계부처 협의로 추경 편성안을 제출하겠다고 하는데, 추경 편성안을 요구한 게 몇달 전이다"라며 "아직도 추경안을 마련하지 않은 무책임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상목 부총리는 미 국채에 투자할 시간은 있고, 추경안 마련할 시간은 없느냐"며 "보다 과감한 투자만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 말고 실질적이고 과감한 추경 편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헌법재판소의 온전한 구성을 방해하고 내란을 지속시키며 헌정 붕괴와 경제 위기를 키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듭 촉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헌정질서 수호에 적극 협력하기를 촉구한다"며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윤석열이 여전히 국민의힘 1호 당원이다. 윤석열을 징계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여야 간 쟁점 없이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예산만을 담았다"며 "산불 대응과 통상,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 그리고 민생 회복 등 3대 현안을 해결하려면 (추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추경을 먼저 시급하게 통과시킨 다음에 여당과 야당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에 참여하지도 않은 마은혁을 임명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다시 재판을 재개하자는 것인가"라며 "이건 민주당이 주장하는 조속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장외 집회에서 헌법재판관을 향해 '을사오적의 길을 가지 말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민주당 뜻대로 움직이는 헌법재판관은 독립운동가이고, 뜻에 배치되는 헌법재판관은 을사오적이란 말 자체가 헌법재판관에 대한 모독이자 협박이자 겁박"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회동에서 여야는 시종 설전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중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윤석열'이라고 지칭하자 권 원내대표는 "듣기가 아주 거북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이재명이라고 불러도 아무 소리를 안 하겠냐"라며 "직위를 불러주는 것 자체가 정치의 품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권 원내대표를 향해 "내란범을 옹호하는 것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라고 발언하자 권 원내대표가 "뭐가 내란범이냐"라고 맞받았고 박 부대표는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침탈한 사람을 옹호하는 부분에 대해서 먼저 사과를 해야한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