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모든 국가 기간산업에 쓰이는 필수 소재이며, 풍력타워, 태양광 구조물 등 다양한 친환경 산업에도 활용된다. 또한, 철강 산업은 우리나라 국가 제조 경쟁력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과도 직결된 핵심 산업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2023년 기준으로 조강 생산량 세계 6위, 수출량 세계 3위의 핵심 전략 산업이며, 그 중심에는 세계 7위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있다. 경상북도는 국내 철강산업의 시작점이자 중심지로, 철강은 포항시 제조업 생산의 76.8%를 차지하며, '고용의 보루'이자 '수출의 버팀목'이다. 이처럼 경북은 철강산업의 성쇠에 따라 경제 구조 전체가 영향을 받는 구조로, 탄소중립 전환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지역 생존과 직결된 정책 과제이다.
최근 한국 철강산업은 글로벌 탄소규제 도입과 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탄소 배출량 관리·감축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철강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한국 철강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이 기술은, 기존 고로 공정에서 다량 배출되던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만을 배출하는 '탄소제로' 친환경 공정이다. 포스코는 세계 유일의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하이렉스(HyREX)라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개발 중이며, 포항에 20조 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하여 2033년까지 250만 톤 생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포항과 경북 전체의 산업지도와 일자리 구조를 뒤바꾸는 대규모 전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탄소배출 감축, 산업 경쟁력 제고, 그리고 지역 고용 창출이라는 삼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장벽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과 기반 인프라 구축이다. 한국은 세계 7대 철강국 중 유일하게 수소 1kg당 1달러 기준에서 수소환원제철의 생산비가 기존 고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고, 수소 공급망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에 필요한 약 9,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중에 있으나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주요국이 수조 원 규모의 공공 보조금을 바탕으로 철강산업 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이제는 단순한 R&D 지원을 넘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입지·제도적 총력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수소 유통망·전력망 확충, 저가 철광석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 그리고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한 인증체계 구축과 무역지원까지 범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탄소 없는 철강산업은 단일 기업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은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수소환원제철 생태계를 구성할 핵심 주체로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한 부지 제공을 넘어 수소 기반 산업단지 조성, 탄소중립형 철강클러스터 계획 수립, 수소 생산 및 저장 인프라 확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연계한 그린철강 거점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경북도는 수소 및 재생에너지 기반을 포스코뿐만 아니라 중소형 철강기업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지역산업 재편 지원사업', '스마트그린산단' 등 국가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소환원제철로의 기술 전환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게임체인저"다. 철강을 기반으로 조선·자동차·건설 등 후방 산업이 촘촘히 얽혀 있는 한국 제조 생태계에서는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국가전략기술이다. 기술 변화뿐 아니라 수출경쟁력, 지역고용, 국가산업 정체성과도 총체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특히, 글로벌 녹색 프리미엄 산업 시장에서 확실한 선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관건이다.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5년, 10년 뒤 한국의 철강과 조선, 자동차 산업은 국제 시장에서 더 큰 장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을 ‘탄소중립’ 기술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제조업’ 생존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산업계, 지방정부가 함께 '탄소 없는 철강산업'의 시대를 열어갈 적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러한 변화의 첫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포스코가 있고, 기술이 있고, 철강산업의 뿌리가 있는 이 곳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제철 방식이 현실화 한다면, 그것은 곧 한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이자 대한민국 산업전환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탄소 없는 철강산업의 미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며, 경북도와 포항시가 그 선봉에 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칠구 경북도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