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
지난해 대비 최대 18.5% 상승
가금농가 AI·질병 등 직격탄
사육환경 규제로 공급도 줄어
연구원 “8월까지 계속 오를듯”

![]() |
||
| ▲ 9일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계란들이 진열돼 있다. 이부용기자 | ||
![]() |
||
| ▲ 9일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계란들이 진열돼 있다. 이부용기자 | ||
“서민 밥상에 오른 달걀이, 어느새 사치품이 됐습니다.”
9일 오전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냉장 진열대 앞에서 50대 직장인 A씨가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장바구니에 계란 한 판을 넣지 못했다.
“가장 저렴한 게 특란 30개에 7990원이네요. 비싼 건 25개에 1만 3990원이에요.”
A씨의 옆에서는 유치원생 아들 손을 잡고 장을 보던 40대 주부 B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가 아침마다 달걀 먹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진짜 사줄까 말까 망설여져요.”
서민 밥상의 대표 단백질 식재료였던 계란이 이제는 ‘가계가 눈치 보는 품목’이 됐다.
최근 계란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직격탄으로 느끼고 있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특란 10개 기준 산지 가격은 1850~195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18.5%까지 올랐다. 평년 대비로도 15.8% 높은 수준이다.
마트 판매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포항지역 주요 대형마트에서는 특란 20~30개 기준으로 7890~799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계란 한 판이 1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6월호 ‘농업관측’ 보고서를 통해 밝힌 전망에 따르면, 계란 산지 가격은 최소한 오는 8월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 이어 7~8월에도 특란 10개 기준 가격이 1750~1850원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최대 14.4%나 높은 수치다.
가격 상승의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산란계의 고령화와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전염성 기관지염(IB), 가금티푸스 등 질병 여파로 계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충청권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가 집중 발생하면서 지역 간 물량 불균형이 생겼고, 이것이 전국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농경연의 분석이다.
생산량 감소는 정부 정책과도 맞물린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축산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 면적 기준이 0.05㎡에서 0.075㎡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농장당 사육 가능한 닭 수가 줄어들면서 계란 공급량 역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사육 공간 확대는 필수적인 동물복지 조치지만, 단기간에는 계란값 급등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협회에 따르면, 계란 산지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한 개당 146원에서 190원까지 약 30% 인상 고시되며 도매가격도 연쇄 상승 중이다.
닭고기 가격 역시 함께 오르며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크기가 큰 닭이 부족해지면서 부분육 공급이 줄었고, 이로 인해 지난달 산지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5배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농경연은 이달 중 닭고기 가격은 1kg당 2100~2200원으로 전달보다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일부 안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계란값이 쉽게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트를 나서는 시민의 푸념에는 장바구니 물가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고공행진하는 계란값 앞에서, “밥상 물가가 더는 서민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