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광주에서 '마세라티 뺑소니' 사고를 내고 해외 도피를 시도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김모(33)씨가 87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의 총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9일 김씨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관련자 500여 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동남아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 도박사이트 4곳을 주도했다.
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870억원에 달하며, 수익금은 수십 개의 대포통장을 거쳐 자금세탁됐다.
이번 수사로 김씨와 함께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자금세탁책, 현금인출책, 대포통장 유통책 등 60명이 입건됐고 이 중 9명은 구속됐다. 도박사이트 이용자 441명도 도박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통신·계좌 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해외 체류 중인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인터폴과의 공조도 추진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9월 24일 새벽 광주 서구 화정동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시속 128km로 몰다 배달을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연인의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동승 여성은 숨지고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은 대포차로 확인됐으며,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93%로 추정되는 만취 상태였다.
사고 직후 김씨는 대전과 인천을 거쳐 해외 도피를 시도했으나 출국을 포기하고 67시간 만에 서울 강남 유흥가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뺑소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최근 항소심에서는 음주운전과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돼 징역 7년 6개월로 감형됐다.
경찰은 김씨가 몰던 마세라티 차량의 소유 법인이 불법으로 운영한 대포차 10여 대도 적발해, 법인 대표 등 31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의 도피를 도운 인물 가운데 대포폰을 제공한 3명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뿐 아니라 김씨 일당의 자금세탁, 통장 유통, 대포차·대포폰 공급망까지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했다”며 “해외 공범 검거와 또 다른 조직 추적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