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세계 최고의 탐험가이자 항해사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콜럼버스는 나폴레옹처럼 불가능이 없고 도전의 상징이었다 할 수 있다. 특히 달걀의 한쪽 끝을 조금 깨트려 세운 일화는 실용성을 떠나 발명가에 버금가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타원형의 달걀을 세우는 방법은 몇 가지나 될까?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콜럼버스처럼 달걀의 한쪽 끝을 조금 깨트려 세우는 것일 것이다. 또 무슨 방법이 있을까? 오래전 같은 다양한 계층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3차례 2시간씩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강의를 끝내고 두 번째 토론 시간에 이 문제를 낸 적이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도 척척 대답하던 수강생들은 이 문제에는 대답이 없었다.

“또 다른 답이 있을 수 있겠어요?” 대부분 이렇게 말하며 문제를 회피하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사인 필자가 이런 엉뚱한 문제를 내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엉뚱한 문제인 만큼 엉뚱한 대답을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다른 방법이 있겠냐는 표정만 지었다.

과연 더 이상의 방법은 없을까? 아니다. 콜럼버스가 썼던 방법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어떤 문제이든지 간에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몇 개가 아니고 수십 수백 개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들이 그것을 찾는 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래전에도 몇 차례 또 다른 강의에서 한 바 있고 분위기 또한 같았다.

좀 더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자. 그러면 지금까지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았던 방법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문제의 답이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명심하며 다시 콜럼버스의 달걀로 돌아가 보자. 새로운 방법들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대답이 이어졌다.

“테이프를 식탁에다 붙이고 세우면 되겠네요.” 맞는 대답이다. 테이프 위에 달걀을 세우면 달걀이 테이프에 붙어 넘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이프 대신 껌을 붙여도 되겠네요.” 역시 맞는 대답이다. 껌도 달걀을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토론장은 박장대소가 이어지며 계속 새로운 방법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필자가 많은 힌트를 주며 유도하여 끝없이 이어졌다. 즉 판자에 못을 박아 달걀을 꽂으면 된다고도 했고, 시멘트로 달걀을 세울 수 있다고도 했고, 석고나 진흙으로 세울 수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외상 치료용 반창고를 사용하면 된다고도 했고, 달걀 주위에 흙을 쌓아 나무를 심듯 세우면 된다고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가락에 낀 반지 위에 세울 수 있다고도 했고, 밀가루 위에 세울 수 있다고도 했다.

콜럼버스 방법 외에 또 다른 답이 있을 수 있겠냐며 문제를 회피하려 했던 처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방법은 생각할수록 끝없이 나온다는 것을 수강생 모두가 체험으로 깨닫는 소중한 토론 시간이었다.

강의와 토론에 이어 세 번째 마지막으로 진행된 발명 하는 시간에는 수강생 모두 발명에 자신을 갖고 한 가지 이상 발명을 하였다. 물론 실용성이 없는 발명도 다수였지만 모두 발명했다는 자체는 큰 성과였다. 필자가 토론 시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슬그머니 불편한 제품의 개선, 즉 ‘좀 더 편리하게’가 발명이라는 분위기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한다. 콜럼버스의 달걀 세운 방법은 발명은 아니지만 세우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듯 주변의 기술 또는 물건 중 불편한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좀 더 편리하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발명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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