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시 사무총장 "일부 시설 온전…고농축 우라늄 이동 여부 불확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이 상당 부분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수개월 내에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8일(현지시간) AFP와 CBS 방송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일부 핵시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고, 이란은 원심분리기 가동을 통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피해는 크지만 기술적·산업적 역량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습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수십 년 후퇴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다.
그로시 총장의 언급은 미국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와도 유사한데, 미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지연되었을 뿐,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보유 중이던 약 400㎏의 60% 고농축 우라늄이 공습 전에 이동됐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 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공습으로 파괴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부는 미리 옮겨졌을 수도 있다”며 “결국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고농축 우라늄이 전혀 반출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90% 무기급 농축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이란 의회는 25일 IAEA와의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핵시설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IAEA 사찰관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에 대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서 IAEA와 협력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국제사회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JCPOA) 탈퇴 이후 우라늄 농축도를 꾸준히 높여 왔으며, 이번 충돌 이후에도 핵 개발 역량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은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