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라인 이탈, 비특수·기획통 중용… 檢 권력 지형 재편 신호

왼쪽부터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마약ㆍ조직범죄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29기) 서울북부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에 임은정 부장검사, 기획조정실장에 최지석(31기) 서울고검 감찰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성상헌(30기) 대전지검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마약ㆍ조직범죄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29기) 서울북부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에 임은정 부장검사, 기획조정실장에 최지석(31기) 서울고검 감찰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성상헌(30기) 대전지검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1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총장 공석 상황에서 차장검사와 주요 지검장 등 핵심 보직을 대거 교체하며, 사실상 ‘검찰 개혁’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 검사급(검사장) 3명을 새로 보임하고, 검사장급 4명과 고검 검사급(차장·부장) 2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4일 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검사의 서울동부지검장 승진이다.

검찰 조직 내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임 지검장이 검사장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개혁 성향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신임 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대표적인 ‘검찰 내부고발자’로 꼽힌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급)에는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승진 임명됐다.

노 차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 수사를 지휘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해왔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장에는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발탁됐다.

두 사람 모두 기획·공안 라인 출신으로, 비교적 ‘비특수통’으로 분류된다. 특히 김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과장을 지낸 대표적 기획통으로, 대장동 사건 초기 수사를 이끈 바 있다.

법무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최지석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검찰 인사·예산·조직을 담당하는 검찰국장에는 성상헌 대전지검장이 각각 보임됐다.

검찰 내 핵심 요직에 개혁 성향 인사들이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고위 간부들의 줄사표 직후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앞서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 ‘특수통’ 라인으로 분류되며, 이번 인사가 검찰 내 기수 질서를 흔드는 데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의를 밝힌 간부들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어려운 시기에 떠나게 돼 죄송하다”, “검찰 가족들이 이 어려움도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양석조 전 지검장은 수사·기소 분리 추진을 비판하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별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 공석 속에서 단행된 이번 고위간부 인사는 향후 중간간부 인사와 조직 개편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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