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반복 수사와 망신주기,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와 공개적인 모욕이 이어지며, 또 시작된 정치보복일지 모르는 씁쓸한 광경이 보인다. 과연 이런 방식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며, 정치의 품격을 높일 수 있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전날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내란 특검팀은 28일 오전 9시에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윤 전 대통령 측에 통보했다.

소환 정식 통지서가 발송돼야 함에도 특검은 신속한 절차를 밟기는커녕 선제적으로 언론에만 소환 여부를 알려 놓고 정작 적법절차의 기본은 망각했다. 이는 망신주기 수사이자 체포 목적을 가지고 출석 자체를 어렵게 만들 의도로 보이며, 피의자의 인격권과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출석을 거부한 바가 없고,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검찰의 비공개 출석 허용 사례를 보더라도 공개 출석을 강제하는 건 명백히 부당하다. 그러함에도 특검 측은 이미 윤대통령이 조사 방식을 자신의 뜻대로 요구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사안이라며 사실상 출석 거부 판단한다고 했다.

이미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사례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인권 보호의 기본 원칙이다. 우리나라 정치보복의 형태는 겉으로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적 처리와 보복 심리가 짙게 깔려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법을 어겼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문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중한 절차와 태도, 그 방법이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특정 인물에 대한 수사,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 공개 망신 주기까지의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도 치열한 정쟁으로 날을 세우다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당선되면 수락 연설을 통해 당선자를 축하하고, 패배자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정치의 품격을 국민에게 보여주며 이런 정치풍토에 부러움마저 느낀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 통합과 미래 설계에 있다. 전직 정권과 대통령을 적폐로 규정하고, 과거의 행적을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국정은 갈등과 분열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마저 지키지 않는 정치는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수감 생활을 했고, 또 한 명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는 건 자랑이 아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냉정하게 평가하되, 정중한 태도와 품격 있는 방향으로 정치적 접근을 바란다.

법치를 빌미로 한 정치적 타격은 결코 정의의 실현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보복이 아닌 정치개혁이며, 과거의 청산보다 미래의 설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응대는 그 자체로 국격과 정권의 수준을 드러내며 정치의 품격은 관용과 절제에서 시작된다. 언제까지 서로에게 모욕을 줄 것인가.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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