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스크럼 짜는 전당대회, 나서지 않겠다”…‘개혁연대’로 방향 전환
반탄파 유리해진 당권 구도…친한계 표심·찬탄 단일화가 변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오는 8·22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권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유력 주자의 퇴장은 당권 레이스를 '찬탄(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진영의 대결 구도로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친한(친한동훈)계의 향배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한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어게인’을 내세운 강경 보수 진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당의 극우화 흐름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 전 대표가 최근 당 혁신안 좌초 분위기와 전한길 씨의 입당 논란 등을 지켜보며, 당권 도전 대신 당 밖에서 개혁 보수 연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한 인사는 "전당대회가 전한길 충성 경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출마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이에 따라 찬탄 진영 주자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조경태 의원은 김용태·윤희숙 혁신안을 수용할 수 있는 이른바 '혁신파' 후보 간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단일화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반면 한 전 대표의 불출마는 반탄파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대표적 인사들로, 이미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김 전 장관 측은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해온 주장을 당원들에게 설득하고 평가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배경으로는 이른바 '짠물론'도 거론된다.
강경보수 진영의 분위기를 짠물에 비유하며, 시간이 지나 짠물이 빠진 뒤에 움직여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실제로 보수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김문수 전 장관에 비해 열세를 보였고, 당내 ‘배신 프레임’과 친한계의 소수세 현실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물은 김문수·조경태·장동혁·주진우 의원 등 4명이며,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의원과 양향자 전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기획관까지 포함하면 최소 7명의 다자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 전 대표의 퇴장으로 당장은 반탄 진영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지만, 친한계의 향후 선택과 찬탄 진영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전대 판세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흥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대 최대 관심사였던 ‘한동훈 출마 여부’가 사라지면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탄파 일부에서도 “정치적 긴장감이 빠지며 흥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당내 극우화 논란과 전한길씨 입당 문제 등으로 비정상적인 프레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의 퇴장이 계파 간 소모전을 잠시 진정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희망의 개혁연대’가 실제 정치적 조직으로 구체화될 경우, 전당대회 이후 당내 주도권 구도에 또 다른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