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10시 40분쯤 폭염경보 속에서 포항의 모 지역에서 제초작업을 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가 달아오른 뜨거운 예초기를 맨 채로 쓰러졌다. 12시 55분경 헬기구조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북본부,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등은 지난 2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폭염 속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재해현장은 관급공사 현장이었다며 반장 이외에 10여명의 노동자가 모두 네팔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작업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급공사 현장임에도 공사 시행 업체 등 누구도 폭염 속 야외작업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에도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A씨가 돌연사했다. 고인의 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A씨가 사망한 공장에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구미의 한 공사장에서 첫 출근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체온은 40.2도였다. 당일 작업 현장 기온이 37도까지 올라 한국인 노동자들은 오후 1시에 퇴근했지만,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팀은 오후 4시까지 일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폭염은 태풍이나 폭우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자연재난이다. 실외에서 일하거나 밀폐된 더운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정부의 폭염 수칙 준수를 감독 중이라고는 하지만 건설이나 농업 등의 영세 현장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노동자들도 취약한 위치에 있다 보니 사업주나 관리자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이주노동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존엄한 인간이다. 폭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관계 당국은 이주노동자들의 폭염사망 예방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