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주무 부처 아닌 농림상이 단독 면담… 한일 정상회담 앞 ‘사전 포석’ 관측
“수산물 신뢰 회복됐다”…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규제 해제 요청
7년 만 한중일 농업장관회의 참석… 식량안보 등 협력 논의
쌀값 급등에 한국 농가도 방문… “수요 따라 일본 내 증산 유도”

조현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대신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대신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중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11일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공식 요청했다.

외교 분야가 아닌 농림수산상이 한국 외교장관과 단독으로 면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일본 언론은 이를 이달 하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이즈미 장관은 이날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산 식품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회복됐다”며 “조속한 규제 철폐를 위해 양국 관계 부처 간 의사소통이 신속히 이뤄지길 강력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측의 구체적인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국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에 대해 여전히 수입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한 뒤, 이 사안은 양국 간 민감한 외교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교도통신은 이번 면담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산물 문제를 의제로 올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현 외교장관은 면담에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를 보다 성숙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급에서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이즈미 장관은 “양국 간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공감을 표했다. 양측은 경제협력과 지역 현안에 대한 긴밀한 소통의 필요성에도 뜻을 같이했다.

10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고이즈미 장관은 이날 열린 한중일 농업장관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도 별도 면담을 갖고, 일본 내 쌀값 급등에 따른 수급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한중일 농업장관회의는 7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고이즈미 장관은 이 회의 참석 차 방한했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는 회의에서 식량안보, 가축 질병 대응,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 등의 의제를 공유하고 공동선언문 채택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농가는 “필요하다면 베트남산이 아닌 한국산 쌀을 일본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고이즈미 장관은 “수요에 따라 일본 내 증산을 유도하겠다”며 자국 생산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현장 시찰 일정도 이어졌다. 고이즈미 장관은 전날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의 벼 농가를 찾아 한국의 쌀 생산 현황과 가격, 농자재 수급 상황 등을 직접 점검했다.

시찰에는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 파주시농업기술센터, 농협중앙회, 지역 농협 관계자 등 10여 명이 함께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생산비 절감 방안, 농협의 역할 등에 관심을 보였으며, 논 앞에서 기념 촬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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