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체 “탄핵당한 정권의 외교 실책 왜 계승하나”
“합의문도 없는 졸속 결정… 국가 간 약속 운운은 현실 왜곡”
정의연 “이제 생존자 6명… 마지막 기회 날리지 말라”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자, 피해자 단체들과 시민사회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1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반발 속에 윤석열 정권이 강행한 제3자 변제안을 이재명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며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정부가 탄핵당한 정권의 외교 실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외교장관 간 구두 합의였고, 2023년 제3자 변제 방침은 구두 약속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졸속 결정이었다”며 “국가 간 공식 합의조차 없는 사안에 ‘약속’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요구로 두 차례 재협상됐고, 한일어업협정도 1998년 2차 협정을 거쳤다”며 “국가 간 약속이라 해도 상황이 바뀌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에서 위안부·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터뷰했는데, 그렇다면 국권을 팔아먹은 을사오적의 한일합방도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기억연대도 성명을 내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 믿었던 국민주권 정부가 이전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정의연은 “정부가 할 일은 잘못된 합의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침략과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이 과거 2015년 한일합의를 “소녀상을 없애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때 그런 발언을 했던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생존 피해자는 이제 여섯 분뿐”이라며 “이 대통령이 역사 정의를 실현할 마지막 기회를 날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종로 향린교회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693개 단체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반인도적 범죄는 정치적 합의로 지워질 수 없다”며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국회 비준도, 대법원 인정도 없는 사안을 국가 간 약속이라 부르는 건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전 정권과의 합의는 국민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지만, 국가로서의 약속이기 때문에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 신뢰를 고려하면서도 피해자와 유가족의 입장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더 인간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러한 입장을 “실체가 불분명한 졸속 외교를 국가 간 약속이라며 고착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