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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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부용 경제부 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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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카락 기부를 위해 2~3년간 길러온 머리를 잘라 단발로 바꾼 모습(위). 잘라낸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아들의 가발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아래). | ||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머리카락 기부를 드디어 해냈다.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가장 힘든 도전이었다.
머리카락 기부는 최소 25cm 이상 필요하다.
넉넉히 잡으면 30cm 가까이 길러야 한다.
단발을 즐겨 하던 나로서는 2~3년 동안 머리를 기르고 관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머리숱이 많은 탓에 여름에는 더위로, 겨울에는 정전기로 고생했다.
머릿결을 지키기 위해 매일 에센스와 오일을 바르고 찬 바람으로 말려야 했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번 만큼은 꼭 해내고 싶었다.
주변에 “머리카락 기부를 하겠다”고 공언하며 다짐을 지켰다.
단골 미용실 의자에 앉아 “최대한 많이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머리는 다시 자라지만, 아이들의 희망은 지금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체국 등기로 보낸 뒤 받은 기부증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몇 해 동안의 불편과 인내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시 기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또 머리를 기르고 있다.
머리카락 기부는 단순한 나눔이 아니다.
몇 해를 버티며 불편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값지다.
동시에 다시 자라는 머리처럼 반복할 수 있는 나눔이기도 하다.
작은 결심이 모여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는 힘이길 바란다.
이부용 기자
queennn@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