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패배 후 당내 압박 거세져
스가·고이즈미까지 퇴진 촉구 가세
차기 총재 선거 곧바로 착수 전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자민당 총재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절차를 밟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지금이 퇴진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견에서 외교 분야 성과를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총리직에 오른 그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 여권 내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국정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버텨왔지만, 자민당이 이른바 ‘리콜 규정’을 발동해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사임 결단을 내렸다.
총리직 사임은 자민당 총재 선거와 뒤이은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후임 총리가 선출되면 공식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내각제 국가로,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그간 총재직 유지를 고수했지만, 당내 조기 선거 요구가 확산되면서 입장이 흔들렸다.
자민당은 의원과 지역 당원 342명 중 과반인 172명이 서명하면 임시 총재 선거를 열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NHK에 따르면 이미 130명 이상이 선거 요구에 동참했고 전국 18개 도도부현 지부도 같은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최고고문, 스즈키 법무상, 일부 부대신과 정무관들이 잇달아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섰고, 전날 밤에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이시바 총리를 찾아가 퇴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 공식화되는 대로 차기 총재 선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담당상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지난해 9월 총재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장관은 당시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현재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제1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두 차례 전국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야권이 결집할 경우 정권 교체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난해처럼 야당 간 연합이 무산된다면 자민당 새 총재가 총리직을 이어받을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