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인들은 조상과 족보에 관심이 많다. 또한 관련 학자들이 아니더라도 DNA 유전자 분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드믈지 않다. 크게는 우리 한국인의 조상이 누구일까? 그리고 조금 좁게는 우리 가문의 선조들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등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그리 많지 않은 사료나 족보 등의 기록에 의지했었지만, 요즈음은 관련분야인 역사학, 고고학, 유전학 분야의 관련 논문 및 기고문을 통해서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의 궁금증들이 제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관련된 대부분의 가설들이 아직 제대로 증명되지 못하고 있고, 과거 강대국의 영향 하에 우리의 역사가 크게 왜곡되기도 했었고, 또한 그에 대한 반발로 일종의 소설 내지 통설과 같은 역사서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관심은 1) 한국인이 언어/문화적으로 북방계지만, 체질적으로는 남방 경로를 거쳐 당시 육지였던 서해지역에 정착했던 이들이 주류인 게 맞느냐? 2) 이들이 기후변화로 바다가 된 그곳을 떠나 만주/연해주로 이동했다가 다시 추워져 한반도로 내려왔고, 그중 일부가 요동의 ‘홍산문명’을 이룩했고 그후 ‘황하문명’ 형성에도 한자의 형성에도 주된 역할을 한 게 맞느냐? 3) 우리의 구성원 중 일부가 중앙아시아 흉노족이 맞느냐? 4) 북중국/만주/연해주를 호령하던 고조선/고구려/발해인들이 후에 신라인이 되기도 했지만, 만주족과 실크로드 국가들을 이룬게 맞느냐? 라오스/미얀마 산악지대 라후족, 중국 묘족 등이 고구려 유민이 맞느냐? 5) 백제가 한반도에만 존재했던 게 아니고, 중국 중남부 해안에 걸쳐 있었고, 일본도 사실상 백제였던 게 아니냐 등이다. 물론 좀 더 점프해 좀 당황할만한 질문들도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조선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유대인의 한갈래가 한반도에 정착했었고 한국인의 일부를 이루었다.’ ‘훈족도 스페인의 바스크족도 고조선의 후예들이다.’
이 모두가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기 전에는 진실을 알수 없는 사항들이다. 물론 다양한 가설들이 증명되며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역사서가 쓰여질 수 있다고 보나, 그 증거가 발견되기 힘들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영영 증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선조들에 대한 논문과 기고문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 학문의 분야로서 학자들이 연구하고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 이러한 고고역사자료들이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주고받고,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조정하고 지배하려 하는 국제관계하에서 이러한 옛 자료들이 어떠한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한국인이 중국인과는 다른 족속이고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가졌음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야 할 때 이러한 자료들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크로드의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터어키 등과 경제적 혹은 정치적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 때 동일한 조상을 가지고 있음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임을 주장할 때 이를 반박하기 위한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한편 필자의 경우처럼, 자기 가문의 선조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고, 선조들에 관한 여러 가설들을 점검해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능성구씨(綾城具氏)가 부여/예맥 계통의 족속이 맞는지, 백제의 8대 대성 중 한 가문인 진씨(眞氏)가 맞는지, 금관가야의 구해왕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지, 요즈음에는 부정되고 있지만 800년전 중국에서 유래한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한 의문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의문들이 유전자 DNA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해졌다고 본다. DNA 검사를 통해 약 2,000년 전 조상이 어떠한 계통인지 흔적을 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가능성과 해석에는 여러 과학적, 사료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문화적/언어적으로 같은 계통으로 보여도 유럽으로 서진한 헝가리/불가리안 등이 그러하듯 혼혈이 되어 DNA상 동북아인의 흔적이 매우 낮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DNA에서 선조를 찾는 법은 1) Autosomal DNA 분석(전체 염색체 기반), 2) mtDNA 분석(모계선 추적), 3) Y-DNA 분석(부계선 추적)이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동아시아 유전자에 유럽/서아시아 계통의 유전 마커 여부와 그 출현 시기 추정도 가능한데, 예를 들어 TMRCA(Most Recent Common Ancestor) 계산으로 2,000년 전 추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유전자 혼합이 매우 미미할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무시될 수도 있다.
한국/동북아 지역은 Y-DNA 검사를 받았을 때, 보통 O, C 하플로그룹이 주류인데, 다른 계통이 나온다면 이는 비동북아 기원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R1b, I1, I2 등은 유럽계일 가능성이 크다. Autosomal DNA분석에서 유럽계 혈통 1~10% 이상 포함되면 비교적 최근 조상 중 서양계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mtDNA 모계 계통 분석 추적을 통해서도 여성 조상의 계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3~4세대 이내면 정확하지만, 더 위로 올라가면 1% 이하로 떨어지고 이미 언급했듯이 정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인과 이웃인 일본인 및 만주인들간의 구별은 쉽지 않고, 당연히 한국인 내에서의 구별도 쉽지 않다.
집안의 선조를 규명하는데 있어서도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학 연구가 없기에 집안의 선조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 성씨 집단을 동일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장차 DNA 검사 방법이 더욱 발전되고 비용도 크게 줄게 되면 집단적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선조를 확인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은 있다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