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정장에 뿔테 안경·마스크… '수용번호 4398' 배지 달고 입정
“무직입니다” 짧은 답변… 국민참여재판 희망 않겠다고 밝혀
재판부 촬영 허용에 30초간 피고인석 공개… 고개만 끄덕여
김건희 측 “주가조작 공모 안 해… 과거 불기소 결정도 있어”
“샤넬 가방 받은 적 없어… ‘배달사고’ 문자 내용이 실체일 수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24일 열렸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형사 재판에 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오후 2시 10분 김 여사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으며, 재판은 약 40분 만에 종료됐다.

김 여사는 오후 1시 25분쯤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들어섰다. 검은 정장에 흰 셔츠, 뿔테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했고, 머리를 뒤로 묶고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4398번’이 적힌 배지를 달았다. 양손을 모은 채 조용히 입정한 김 여사는 피고인석 중앙에 앉아 변호인들 사이에서 재판을 기다렸다.

재판에 앞서 재판부는 김 여사가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장면을 공판 시작 전 약 30초간 촬영할 수 있도록 언론에 허용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연합뉴스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재판부가 “직업이 없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무직입니다”라고 답했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여사 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적용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하고 약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에 대해서는 “과거 정권에서 이미 두 차례 불기소 처분이 있었다”며 “공모한 적 없고, 관련 계좌를 관리했다는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명 씨가 개인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카카오톡으로 몇 차례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캠프 내에서도 여론조사가 다수 진행돼 별도 조사가 필요 없던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같은 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원 의창에 공천되도록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공천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고가 목걸이 등 약 8000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샤넬 가방을 받은 적 없다. 윤영호가 전성배에게 ‘배달사고’라 표현한 문자가 사건의 실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증인신문 일정을 정리하기 위해 26일 한 차례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김 여사는 불출석 예정이다.

본격 심리는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된다. 재판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열릴 예정이며 10월엔 15·22·24·29일 총 4차례 증인 27명에 대한 주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12월 말까지 증거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12일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같은 달 29일 기소됐다. 특검은 범죄수익을 총 10억3000만원으로 산정하고, 추징보전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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