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파업 3년 만에 재개… 조합원 8만 명 참여 예고
“노동강도는 ↑, 실질임금은 ↓”… 사측 교섭 태도 비판
“주 5일제 이끈 금융산업, 이번엔 4.5일제 선도할 것”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주요 요구는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5% 인상, 정년 연장 및 신규 채용 확대다. 은행권에서 총파업이 벌어지는 건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에서 끝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파업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지난 1일 찬반 투표를 통해 투표율 97.1%, 찬성률 94.98%로 총파업을 의결했다.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 10만여 명 중 8만 명가량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지만,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추가 투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은행과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배당은 늘렸지만, 그 이익은 노동자의 희생과 고객의 불편 위에 쌓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데 실질임금은 해마다 줄고 있다”며 “사측이 제시한 2.4% 인상안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 4.5일제 도입은 “저출생과 소비 침체를 완화할 사회적 대안”이라며 “2002년 주 5일제를 선도했던 금융산업이 다시 한 번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노조의 이번 파업이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 직원 평균 급여는 6350만원으로, 삼성전자·현대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평균 연봉 1억 원의 은행원이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주 4.5일제 시행 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일 은행 운영시간을 30분씩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두었다”고 해명했다.
은행권의 실제 참여율이 관건이다. 지난 2022년 총파업 당시에는 산업은행 이전과 공공기관 예산 삭감 이슈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의 참여율이 0.8%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 4.5일제처럼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걸려 있어, 참여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사측의 성실한 교섭뿐”이라며 “10만 조합원의 단결된 힘으로 반드시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