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3년 만에 총파업 돌입했지만
신한 포함 5대 은행 참여율 1%도 안 돼
“고객 불편 줄 만큼의 명분은 부족” 지적

금융노조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노조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정작 현장은 조용했다. 일부 노조 간부를 제외하면 은행원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고, 전국의 영업점은 평소처럼 문을 열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노조는 △주 4.5일제 도입 △임금 3.9% 인상 △정년 연장 △신입사원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이달 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94.98%가 파업에 찬성했고, 노조는 약 8만명이 참여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실제 참여율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신한은행은 아예 빠졌다. 자체 파업 찬반 투표에서 투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고, 노조는 내부 법률 검토 결과를 근거로 "총파업 참여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전면 불참을 결정했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부분 노조 간부 등 극소수만 파업에 참여했고, 전체 직원 대비 참여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15.7%가 파업에 동참했지만, 600여 개 영업점은 모두 정상 운영됐다.

파업의 동력이 약했던 이유로는 '명분 부족'이 꼽힌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임금 인상과 단축 근무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부에서도 "고객 불편을 감수하며 총파업까지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1억1000만~1억2000만원에 달한다.

사측도 주 4.5일제 도입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해당 안건은 본격적인 교섭 의제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사용자협의회는 "4.5일제는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은행업 특성상 대면 서비스 비중이 높은 만큼, 근무시간을 줄이면 곧장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점포 방문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많다.

한 시중은행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여전히 점포를 통한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총파업이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영업시간이 단축됐다가 1년 반 만에 겨우 정상화된 경험과 겹쳐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또 줄이자는 거냐"는 회의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된다. 파업 찬성표를 던졌던 조합원들조차 “취지엔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총파업으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측 역시 “임금은 그대로 두고 근무시간만 줄이면 시간당 통상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퇴직금·수당 등 전체 인건비가 늘어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규 채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주 5일제 도입을 이끌어내며 제도 확산에 물꼬를 튼 바 있다. 이번에도 ‘주 4.5일제’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파업 현장에선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 일부가 통제되기도 했지만, 시민 불편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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