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추진했지만… 공주센터, 2025년에도 개청 불투명
건물 완공됐지만 전산·DR 시스템 구축 지연
“제때 가동됐다면 피해 줄었을 것” 지적 잇따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전국의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충남 공주에 위치한 제4센터가 18년째 개점휴업 상태라는 사실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재해복구 전용' 백업센터가 제때 개청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주센터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비해 2008년부터 구축이 추진된 시설로, 기존 대전·광주 센터가 동시에 마비되더라도 행정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중요 전산 자원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EMP 차폐, 내진 설계, 화생방 대응 등 특수 설비를 갖춘 전국 유일의 데이터센터로 2012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수차례의 타당성 재조사와 입찰 유찰, 사업 계획 변경이 반복되며 2019년에야 착공됐고, 건물 완공은 2023년 5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그러나 건물 완공 이후에도 전산환경 구축과 시스템 이전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2023년 말까지 재해복구시스템 이전을 완료하고 개청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11월 발생한 정부 전산망 장애 이후 계획이 수정됐다. 행정안전부는 공주센터에 ‘액티브-액티브 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개청 일정이 다시 늦어졌다.
액티브-액티브 DR은 두 개 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운영되는 방식으로, 한쪽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즉시 다른 쪽에서 서비스를 이어받아 중단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 기존처럼 장애 발생 시 복구를 시작하는 '패시브 백업'과는 대비되는 체계다.
문제는 이 시스템 전환 역시 지연되면서 전체 사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 공정률은 고작 3.8%에 불과했고, 올해 5월 말 기준으로도 6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산 집행률 역시 75.5%에 그쳤다.
전산환경 구축은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지만, DR 시스템은 아직 착수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개청 예정일로 거론되는 10월 역시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화재로 전소된 대전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을 대구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복구에는 약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중대본은 입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1등급 중요 시스템 중 일부는 복구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핵심 시스템이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비효율을 넘어, 국가 정보보안 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애초에 전쟁·재난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마련된 공주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며 “신속히 정상화해 백업센터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주센터가 제때 운영됐다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회한이 정부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