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제독 800명 집결… 국방부, 소집 사유는 함구
헤그세스, ‘전사 정신’ 앞세워 장성 감축 시사
주한미군사령관 계급 ‘격하 표기’ 논란… “표기 오류” 해명
WP·AP “사실상 정치 이벤트… 군 중립성 흔들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리는 전군 지휘관 회의에 참석한다.
국방부가 별다른 소집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장성·제독 약 80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동석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의를 주도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전사 정신(warrior ethos)’을 앞세워 군 구조조정과 고위 장성 감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장성·제독 10%, 특히 4성급 지휘관은 20% 줄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의가 사실상 ‘기강 잡기’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지휘관의 계급이 한 단계 낮게 표기된 사실도 논란을 키웠다.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과 태평양육군사령관 로널드 클라크가 최근 내부 문서에서 4성이 아닌 3성으로 기록된 것이다.
클라크 측은 “표기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군 지휘부 위상을 격하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군이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인 탓에 전투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흑인·여성 고위 장성 다수를 이유 없이 경질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군 경험이 없음에도 장성들에게 ‘전사 정신’을 설파하려 한다는 점에서 반발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대해 “좋은 메시지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단결심, 그게 전부”라고 말하며 정치적 의미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전날 반이민 시위가 벌어진 지역에 병력 배치를 지시하기도 해, 이번 회의가 국방전략은 물론 국내 치안 대응과도 연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백 명의 고위 지휘관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WP는 “보안 부담뿐 아니라 지휘 공백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고,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으로 회의가 정치 이벤트로 변질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례적인 회의 소집에 계급 격하 논란까지 겹치면서 군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비판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예일대 유진 피델 교수는 “군의 정치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