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이어지고 일부 마을 고립… 구조·복구 난항
병원 포화에 부상자 대기… 전력·통신도 끊겨
정부 “모든 자원 동원”… 긴급 구호·물자 투입

9월 30일(현지시간) 규모 6.9의 강진이 중부 필리핀을 강타해 세부섬에서 수십 명이 숨진 가운데, 차량들이 파손된 도로를 피해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9월 30일(현지시간) 규모 6.9의 강진이 중부 필리핀을 강타해 세부섬에서 수십 명이 숨진 가운데, 차량들이 파손된 도로를 피해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필리핀 중부 세부 섬 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최소 69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병상 부족과 도로 붕괴, 통신 장애 등으로 구조 작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으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지진은 9월 30일 오전 11시 47분쯤(현지 시간) 세부주 북부 해안 도시인 보고(Bogo) 인근 해역에서 발생했다. 규모는 6.9였고, 진원의 깊이는 약 10km로 지표면과 가까운 ‘천발지진’이었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VOLCS)는 이후에도 여진이 여러 차례 이어졌으며, 그중 일부는 규모 6.0에 달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진앙지와 가까운 보고시와 다안반타얀이다. 건물과 도로, 교량이 무너지고 상수도관이 파열됐으며, 전력과 통신도 일부 지역에서 두절됐다. 특히 다안반타얀에서는 주요 도로와 교량이 끊기면서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된 마을들이 발생했고, 구조대는 헬기를 이용해 구조 인력과 구호 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강진 발생 후 환자들이 필리핀 세부주 보고시 세부주립병원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강진 발생 후 환자들이 필리핀 세부주 보고시 세부주립병원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피해 지역 내 병원들은 이미 포화 상태다. 부상자들은 바닥에 누운 채 치료를 기다리고 있고, 일부는 병원 밖 임시천막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의료 장비와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중증 환자의 경우 치료가 지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통신이 끊긴 지역에선 여전히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대피소로 피신한 이재민도 급증하고 있다. 필리핀 재난관리국은 현재까지 약 1000명 이상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으며, 대피소 외부에서 머무는 이들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상태다. 전기와 상수도 복구 작업은 시작됐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진 발생 다음 날 “모든 정부 자원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세부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를 통해 긴급 예산 집행, 지방정부 재량 확대, 민관 협력 구조 등이 가능해졌다. 현재 군과 경찰, 민간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돼 생존자 구조와 복구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식수와 식량, 의료물자 등 구호품도 항공편과 선박으로 수송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전날 밤 필리핀 세부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주민들이 붕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전날 밤 필리핀 세부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주민들이 붕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막탄-세부 국제공항은 설비 점검 후 정상 운영 중이지만, 지방 공항과 일부 항만은 여전히 운항이 제한된 상태다. 기상당국은 이번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했음에도 쓰나미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여진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생존자는 “여진이 올 때마다 아직도 심장이 멎는 줄 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에 위치해 연간 수십 차례의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도심 인근에서 발생한 얕은 지진은 비교적 드물어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추가 여진과 2차 피해의 가능성을 경고하며, 주민들에게 당분간 경계 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