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부국장(상주담당)

단군신화는 단순한 전래동화가 아니다.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를 보여주는 이야기이자, 우리 삶과 문명을 이해하는 열쇠다. 흔히 단군을 고조선의 건국 시조로만 기억하지만, 신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이 곳곳에 스며 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환웅의 강림이다. 하늘의 아들 환웅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온 사건은, 인간 세상에 새로운 질서가 열렸음을 상징한다. 그는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며 농사와 의술, 법률을 가르쳤다. 단순한 신화적 장면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삶의 출발을 보여주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 이야기도 흥미롭다. 고대 부족 사회에서 토템으로 숭배되던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만 먹으며 인내를 시험받는 과정은 절제와 끈기를 상징한다. 끝내 곰이 여자로 변해 환웅과 결합하고 단군을 낳는 장면은, 서로 다른 집단이 만나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단군은 단순한 왕이 아니었다. 그는 ‘홍익인간(弘益人間)’, 곧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나라의 근본 이념을 세웠다. 5천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지켜온 이 정신은, 오늘날 교육과 사회의 가치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단군신화는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혈통과, 땅에서 인내로 태어난 인간. 그 둘이 만나 새로운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종종 뿌리를 잊고 산다. 하지만 신화를 다시 읽으면, 도전과 인내, 그리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단군신화가 전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뿌리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개천절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살리는 날이다. 비록 우리나라 전체가 아닌 상주 지역에서부터라도, 이 뜻을 기리고 마음에 새긴다면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단군신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참된 가르침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삶의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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