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수 오천인터넷방송대표

포항시 남구 오천읍은 고려 말 충절의 상징,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의 본향이며 고향이다. 그러나 정몽주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할 상징공간 하나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생가터 복원과 기념공원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8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
정몽주 선생은 포항 오천에서 태어나 외가가 있던 영천을 오가며 성장했다. 그의 고향인 오천읍 문충리에는 생가터가 자리하고 있다. 충절의 상징인 인물을 배출한 마을치고는 영천이나.용인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다.
지역사회는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 2017년 ‘포은을 사랑하는 사람들’(정치화 회장)은 문충리 마을회관 인근 400㎡ 부지를 매입하고, 생가 복원 및 기념공간 조성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회장단 교체 이후 단체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표류하고 말았다.
그동안 성금을 기부하는 시민의 정성과 열정이 행정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버린 셈이다. 포은문화축제를 15년 넘게 이어온 박남희 황토사학자는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널리 알려왔지만, 정작 고향에는 그를 기릴 공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포은문화축제에서도 임주희 포항시의원은 “읍민이 힘을 모아 포은 선생의 동상이라도 세우자”고 제안하며 공감대를 이끌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윤고영 시인(문충리 출신) 역시 “영천이나 용인처럼 포은의 생가를 복원해 관광 명소로 만들자”라고 강조했다.
정몽주 선생이 태어난 오천읍 문충리는 포항의 정신적 지주이자 충절의 고장이다. 그의 생가 복원과 기념공원 조성은 단순한 역사유적 정비 사업이 아니다. 이는 곧 포항의 정체성과 시민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며, 지역 청소년에게 ‘정의와 충절’이라는 선조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 사업이다.
포항시가 지역의 미래를 논하기 전에, 먼저 역사의 뿌리부터 바로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정몽주 선생의 고향이 방치된 채 “충절의 도시 포항”을 말할 수는 없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포은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충절의 상징공간’이 문충리에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