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최근 시민과 함께 문화 역량을 키우며 문화도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시는 생활문화 저변을 넓히고, 문화유산을 발굴·콘텐츠화 해 문화 정체성을 강화하며, 시립박물관 건립을 기점으로 동해안 대표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돌이켜보면, 경북도 대다수 시·군들이 시립박물관을 갖추고 있는 반면, 포항시와 구미시에는 없다. 이는 두 도시가 과도하게 '재리(財利)를 좇는 도시'로서 시민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품격을 놓쳐버렸다는 뼈아픈 질책을 받는다.

다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반성을 통해 훌륭하게 시립박물관을 지어 내고, 각종 진품 유물을 빼곡히 갖추며, 포항의 교육·체험·관광 일번지로 제대로 운영해 나간다면 꼴찌가 일등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포항시의 정책 우선순위도 '제철보국'에서 '전지보국'으로 이어진 후 마지막에 가서야 '문화보국'을 끼워 넣는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문화보국'은 우리의 건국이념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순위를 초월한 이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머리와 중추가 약한 사람이 살만 비대하게 찌운다고 해서 바로 설 수가 없듯이 이념이 박약하고 정체성이 흔들린 도시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우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측면에서 포항시가 시립박물관 건립에 발맞춰 문화예술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포항시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해녀문화 등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무용극과 창작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송라면 '여인의 숲'을 소재로 조선 후기 자수성가한 김설보 여사의 선행을 담은 뮤지컬 설보, 동해안별신굿 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무대를 제작하고, '꿈의 오케스트라', '가가호호 문화예술교육' 등을 운영하며, '통합문화이용권', '청년문화예술패스'를 통해 공연·전시 관람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역사문화 랜드마크 조성과 문화유산 보존·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은 올해 4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고, 이달 건축기획용역에 착수해 내년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시민친화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국보인 냉수리·중성리 신라비 학술대회를 오는 11월 27~28일 포스코국제관에서 열어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난해 분옥정·용계정·보경사 천왕문·오층석탑 보물 지정에 이어 올해 달전재사의 보물 지정, 흥해읍 남·북미질부성의 발굴조사와 사적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조직의 정비와 인력의 보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주무부서인 문화예술과는 7개팀으로 과밀 구성돼 있으므로 전문인력의 추가 영입과 더불어 문화유산과의 분과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 나아가 '문화체육관광국'을 신설해 문화정책과 사업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문화보국'으로의 도약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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