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때에 따라서는 핵미사일보다 더 위력적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경주 APEC이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경제·외교·군사·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대한민국에 엄청난 호재임이 분명하다.
무역 현안 관련 트럼프는 "한국과도 무역 합의를 곧 타결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과도 무역 합의를 마쳤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가 경제 분야만큼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견지한다는 측면에서 무역 합의가 우리나라에 꼭 유리하다는 법은 없는 상황이다.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일 한국을 방문하는데, 그 자리에서 미중 무역 합의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전쟁보다 말로 협상하고 타결하는 것이 훨씬 낫다.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시 주석과의 무역 합의가 성사되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인 대목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우리나라 등 중간 규모 국가와는 달리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무역 협상을 벌여왔다. 그런 만큼 시진핑 주석이 경주 APEC에서 트럼프와의 만남을 전제로 무역 관련 쟁점 사항을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트럼프와의 한미정상회담에 맞춘 무역협상 타결을 전격 부인하면서 '국익 우선 실용 외교'를 천명한 바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연달아 한 것은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통한 무역협상 국면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관세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서 차례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국익우선주의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이상 이미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한 만큼 순조로운 출구 찾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번 경주 APEC를 통해 동북아의 평화체제 보장과 실속 있는 한미 무역협정 체결이라는 일거양득 가능성은 한층 높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서밋 개막식 특별연설에서 "삼국시대의 패권 경쟁과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천년왕국 신라는 시종일관 외부 문화와의 교류, 개방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용 연료 공급'을 요청한 것 또한 '실질적 핵주권'의 인정을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서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경주 APEC이 국격을 드높이고, 동북아의 안보·경제·문화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