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심리 앞두고 “제3세계 전락” 경고
“관세는 방패” 강조했지만 관세 지지율 33%에 그쳐
“권한 과도” 응답 64%… 국정 운영 불신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해 온 관세 정책의 적법성을 둘러싼 연방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이번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관세 정책에 냉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재판에서 패소하면 미국은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없기를 신께 기도하자”고 썼다. 이어 “대통령이 관세를 자유롭게 못 쓰면 세계와의 경쟁에서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그는 “관세는 단순한 경제 수단이 아닌 국가를 지키는 방패”라며 “없으면 안보에 큰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일한 9개월 동안 관세는 부와 안보를 가져왔다”며 “증시는 최고치를 기록했고, 물가는 안정됐으며, 외국의 착취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한 무역협정도 관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의 합법성을 따지는 절차다. 그는 한국 등 주요국에 차등 세율을 적용했지만, 1·2심 법원은 “IEEPA는 수입 규제 권한은 주되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5일 대법원에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법정엔 가지 않겠다”며 번복했다. “내가 나가면 개인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건 국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신 마이애미에서 연설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안전한 국가로 남을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며 “우리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세계 최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은 33%, 반대는 65%였다.

관세 지지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41%)은 물론, 경제(37%), 이민(43%), 범죄(44%) 등 주요 정책보다도 낮았다.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