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돌파 외친 진보 신인, 유권자 선택 받다
중도·보수 반발 속에도 경선·본선 모두 제압
민주당, 3대 격전지 석권하며 트럼프에 ‘경고장’

4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민자 출신의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의원이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미국 최대 도시의 첫 무슬림 시장이 됐다.

민주당 소속인 맘다니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를 제치고 당선됐다.

개표율 90% 기준 맘다니는 50.4%(약 102만 표)를 얻었고, 쿠오모는 41.6%(약 85만 표), 슬리와는 7.1%(약 14만 표)에 머물렀다. 총투표 수는 약 227만 표로, 2021년 선거를 웃돌았고, 사전투표에는 73만5000명이 참여해 비대통령 선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간다 태생의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2018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쿠오모를 꺾고 후보로 선출된 그는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진보 성향의 공약을 내세웠다. 임대료 동결, 무상버스·무상보육 확대, 최저임금 인상이 핵심 공약이었으며,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맘다니의 정책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민주당 중도파와 공화당, 재계에서는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함께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쿠오모는 경선 패배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맘다니를 저지하려면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쿠오모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슬리와는 사퇴 압박에도 선거를 완주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선거 막판에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당내 중도 인사들까지 맘다니 지지를 밝히면서 판세가 기울었고, 결국 본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선이 확실시되자 맘다니는 X(구 트위터)에 뉴욕 지하철 시청역의 안내방송 영상 한 편을 올려 조용히 당선을 알렸다.

4일(현지시간) 애비게일 스팬버거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표일 밤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팬버거는 공화당 후보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꺾고 버지니아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애비게일 스팬버거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표일 밤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팬버거는 공화당 후보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꺾고 버지니아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함께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버지니아에서는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뉴저지에서는 미키 셰릴 후보가 각각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었고, 셧다운도 패배의 원인”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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