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태 공학박사·라이프 기자

옛날에 아주 먼 미국의 한 실험실에 월러스 사람이라는 과학자가 살고 있었다. 월러스는 하얀 가운을 입고 매일 유리병과 시약들 사이에서 실험을 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비단처럼 반짝이지만, 거미줄처럼 튼튼한 실을 만들 수 없을까?” 왜냐하면, 그때 사람들은 옷이나 스타킹을 만들 때 모두 천연 실크나 면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재료는 비싸고 서민들은 잘 구하기도 어려웠고 또한 금방 해지곤 했다.

월러스는 친구 과학자들과 함께 수많은 병에 든 액체들을 섞어 보고, 가열하고, 식히고, 다시 섞었다. 어느 날, “찰칵!” 두 가지 특별한 액체인 헥사메틸렌디아민과 아디픽산이 만나자 신기한 반응이 일어났다. 유리 막대기로 저으니 끈적끈적한 액체가 쭉 늘어나며 투명하고 반짝이는 실 한 가닥이 생겼다. 월러스는 의아해서 쳐다보니 마치 인조 거미줄 같은 것이 눈앞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 그 실은 잘 끊어지지도 않고, 반짝이면서도 부드러워 너무 기뻐서 실험실에서 춤을 추었다. 나일론(Nylin)의 발견이었다.

후에 듀폰이라는 미국의 회사가 이 마법의 실로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멋진 스타킹을 만들었고, 뉴욕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이를 발표 세상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비단도 면도 이닌 제 3의 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때부터 나일론은 옷감과 양말, 밧줄 등등 세상 여러 곳에 쓰이게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나일론은 스타킹 대신 군용 낙하산, 밧줄, 텐트, 타이어 코드 등으로 쓰이며 전략 물자로 대체되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실을 인류가 발견하고 만들어 발전시킨 셈이다.

그러한 이런 옛 영광을 뒤로한 채, 현재 나일론 소재기업 및 섬유업체들은 upstream의 석유화학 위기(예: NCC 설비 경쟁력 약화)가 downstream 소재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나일론은 석유화학 원료(에틸렌, 벤젠 등)에서 파생된 합성섬유 소재로, 석유화학 및 섬유산업과 직접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섬유 시장에서는 중국 등 저가 생산국과의 경쟁, 섬유 산업 내 구조조정 및 고부가가치 전환의 미흡 등이 큰 과제로 지목된다.

나일론 소재 자체도 단순 소비재용 섬유에서 기능성, 친환경 섬유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며, 국내 기업들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석유화학 및 섬유소재 산업에서는 공급 과잉, 원가 경쟁력 약화,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문제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국내 업계는 설비 규모가 크고 고정비 부담이 큰 화학 설비를 효율화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이미 시설 감축에 이미 정부와 관계부처, 관련회사들도 함께 동참하고 나선 모양새다.

나일론 등 합성섬유도 단순 내수용 또는 저가 경쟁 중심이라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며,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환경과 친환경 트렌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소재기업들이 친환경 원료, 재활용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이 있다. 다양한 고기능성 나일론 제품을 생산한다거나, 재생 나일론의 개발 그리고 친환경 섬유 전환의 개발도 향 후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된다. 또한 나일론 외에도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 고부가 섬유를 포함, 섬유소재 전반의 기술도 갖추고 중저가 개발도상국의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루어야 겠다.

정상태 공학박사·라이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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