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언휘 박언휘내과 원장

▲ 박언휘내과 원장. 김민규 기자
“중국 후한의 명의 화타(華佗)처럼, 병이 나기 전 사람의 삶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되고 싶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평생을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나눔의 길을 걸어왔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가끔은 이길녀 총장처럼 골프도 치고, 여유를 즐기며 살아보라는 권유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진료실의 불을 끄지 않는다. 세상은 잠시 멈추라 하지만, 나는 오늘도 진료복을 입는다. 의사로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를 넘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뜨겁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나는 병원 하나 없는 섬에서 사소한 병으로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세월이 흘러도 진료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치료는 배운 사람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부를 이어가려면 나 자신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의사는 돈이 아니라 책임으로 산다. 마지막으로 나는 ‘화타’처럼 되고 싶다. 병이 든 사람을 고치는 의사보다, 병이 들지 않게 세상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늦은 밤까지 진료를 계속한다. 의학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며, 나에게 진료는 생명에 대한 예의다.

박언휘내과를 개원할 때 또 내가 의술을 배우며 마음에 새긴 말은 ‘敬天愛人(경천애인)’,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환자에게는 약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를, 배움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싶다. 이것은 시혜가 아니라, 내가 세상과 맺은 약속이다.

나는 ‘나눔이 곧 치유’라고 믿는다. 기부는 돈이 아니라 온기를 나누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한다. 한 사람의 고통이 줄어들면 그만큼 세상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의술은 공동체의 복지이며, 기부는 사회의 치료다.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세상은 병들지 않는다.

중세 철학자 몽테뉴는 “빵은 범죄를 줄인다”고 했다. 몸이 건강해야 삶이 바로 선다. 복지는 행정의 언어에서 시작되지만, 진정한 복지는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그 손끝이 의사의 손이라면, 의학은 사회복지의 가장 오래된 형태일 것이다. 나는 이제 쉬는 대신 나눔으로 늙어가고 싶다. 오늘도 진료실의 불을 켜며 생각한다. 이 불빛은 단지 진료실의 조명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오래된 약속의 빛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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