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부국장(상주담당)

지방지 기자의 첫 번째 역할은 감시자다. 지방자치가 30년을 넘어섰지만, 지역 권력의 투명성은 여전히 불균등하다.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은 약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장치는 느슨하다. 그 공백을 메우는 존재가 지역 언론이다. 시장과 군수, 지방의원, 공공기관의 결정은 곧 지역민의 세금과 직결된다. 기자는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예산의 흐름과 정책의 방향을 추적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지 기자의 기본이다.
두 번째 역할은 기록자다. 지역 사회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린다. 작은 산업단지의 유치, 학교 하나의 통폐합, 의료 인프라의 축소 같은 사안은 대도시 사람들에게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지역민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그 변화의 의미를 포착하고 공동체의 역사로 남기는 일 또한 기자의 몫이다. 지역의 인물과 문화, 생활상을 세밀히 담아내는 보도는 곧 지역 정체성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세 번째는 공공의 대변자로서의 책임이다. 지방지 기자는 주민과 행정, 정치와 산업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자가 돼야 한다. 주민의 민원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적 문제로 확장해 정책 의제로 만드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주민과의 신뢰를 쌓는 일은 필수적이다.
지역민은 기자가 ‘우리 편’이길 바라지만, 진정한 기자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공익의 편에 선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방 언론은 중앙에 비해 인력과 재정 기반이 취약하다. 광고와 협찬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상황에서 취재의 독립성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글을 쓸 줄 모르는 ‘기자증만 가진 기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름만 기자일 뿐, 현장을 기록하거나 분석할 힘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부 압력보다 내부 무능이 지역 언론의 신뢰를 더 흔드는 경우가 많다. 기자는 스스로 글과 사실, 취재의 기본을 다시 새겨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지역의 눈’이 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기자의 윤리와 용기가 드러난다. 광고주라고 피하거나, 인간적 친분 때문에 눈감는 순간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한 줄 기사, 한 장의 사진이 바꿔놓는 세상은 결코 작지 않다. 그 한 줄이 지역 병원 하나를 살리고, 아이들의 통학로를 안전하게 만들며, 낡은 관행을 바꿀 수도 있다. 지방지 기자의 펜은 작지만, 울림은 오래 남는다. 기자가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고 미래를 비춘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언론의 사명이다.
상주에서 근무하는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지 기자는 지역 공공성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기록하는 한 줄이 지역의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바꾼다. 그 책임을 잊지 않는 기자만이 진정한 ‘지역의 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