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속영장 한 달 만에 재청구… “위법성 인식·실행 정황 보강”
삭제된 ‘입법 독재’ 문건·삼청동 안가 회동 등 새 증거 확보
교정본부 수용 공간 점검 지시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적용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내란 가담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한 달여 만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특검팀은 11일 오전 11시 50분쯤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9일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위법성 인식이나 조치의 위법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입국 직원 대기,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박 전 장관이 순차적으로 가담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영장 기각 이후 특검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와 법무부 등 관련 기관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고,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혐의 보강에 집중해왔다. 이 과정에서 새로 확보된 자료가 이번 영장 재청구의 핵심 근거가 됐다.
특검에 따르면 포렌식 과정에서 복원된 ‘권한 남용 문건 관련’ 파일이 대표적이다. 해당 문건은 “다수당이 입법·예산심의·탄핵권을 남용하며 입법 독재를 일삼았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4일 박 전 장관이 임세진 당시 검찰과장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뒤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 작성자는 법무부 검찰과 소속 검사로 파악됐다.
특검은 해당 문건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담고 있으며, 박 전 장관이 이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점을 들어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시켰다. 안가 회동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검은 계엄 직후 박 전 장관의 지시로 교정본부가 구치소 수용 여력을 파악한 문건들을 확인했다. 당시 신용해 교정본부장은 수도권 교정시설 수용 현황을 점검하고, 최대 3600명 수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뒤 이를 촬영해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구치소 현장 직원이 수용 거실 현황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함께 확보됐다. 특검은 이 역시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박 전 장관은 줄곧 해당 회의가 원론적 대응을 위한 것이었으며 불법적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특검은 실제로 관련 실·국에서 작성된 다수 문건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 검토 수준을 넘어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영장 기각 당시 법원이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에 대해 이견이 없도록 증거를 확보하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엄 전후 시점을 포함해 박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 간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을 추가로 확보해 범죄사실로 보강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박 전 장관 외에도 추가 신병 확보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계엄 이후 교정시설 수용 공간 점검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박 특검보는 “신 전 본부장도 입건돼 있으며, 신병 확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 후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