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경주시 제공
경주 불국사. 경주시 제공

경주 불국사가 지난해 주지 선거를 둘러싼 거액 현금 살포 의혹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4억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이 오갔다는 폭로가 제기되면서 국내 대표 사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5일 불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치러진 불국사 주지 선거 당시 현 주지 측이 산하 말사 주지 등 선거권자들에게 총 4억3000만원 가량의 현금을 건넨 정황이 제보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 자금은 불국사가 관리하던 ‘문중기금’, ‘발전위원회 기금’, ‘국장모임 계좌’ 등 3개 통장에서 인출된 약 5억원이 재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재무스님이 주지대행의 지시에 따라 예금을 인출해 선거 직전 사찰 내 다실 등에서 스님들에게 현금 봉투를 건넸다는 구체적 진술도 확보됐다.

입수된 ‘주지 선거 수지 결산’ 문서에는 94명의 선거권자 중 39명에게 500만원, 55명에게 300만원이 각각 전달된 것으로 적시돼 있으며, ‘여비’와 ‘공양비’ 명목으로 총 4억2000여만원이 지출된 내역이 포함돼 있다. 선거 이후 일부 기금 계좌가 폐쇄되고 잔액 반환된 점도 확인됐다. 이 문서들은 현 주지 측 내부에서 보고용으로 작성됐다가 유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의혹이 알려지자 지난 5월 조계종 총무원에 고소장 접수와 더불어 공식 감사를 예고했고, 경찰도 관련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불국사 주지 종천스님은 “모든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불법이 있다면 제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불국사 총무국 측도 “당시 주지대행은 선거 출마로 결재권이 없어, 총무국장이 권한 내에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별개로 불국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문화재 보수·경관 정비 사업 명목으로 특정 건설사에 수억 원대 공사를 집중 발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부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정황이 확인되며,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불국사 회주였던 성타스님은 지난해 8월 입적해 불국사의 근대 중창을 이끌었던 큰스님의 시대를 마감했다. 하지만 스님의 열반 이후 사찰 내부에서는 권력 다툼과 재정 투명성 논란이 겹치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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