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속도에 맞는 한국형 위험기반 규제' 시급

이번 포럼은 신기술의 혁신성과 국민의 안전·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이 주관했다.
기조강연에서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자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인 김강립 고문은 ‘신기술의 적정한 활용을 위한 리스크 관리정책 방향’에서 보건의료 신기술을 둘러싼 국제적 규제 강화 흐름을 언급하며 우리도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위험기반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제도화한 거버넌스, 실행 가능한 규제 로드맵, 신뢰 형성을 위한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세션 발표에서는 기술 적용 사례와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첫 번째 연사인 엔젤로보틱스 조남민 대표는 의료재활 현장에 이미 도입된 웨어러블 로봇을 소개하며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 정비와 사회적 수용성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이 환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데이터 주권과 환자 인권을 보장하는 학습·운영 프레임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림대 김근태 교수는 비침습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로 하지 외골격 로봇을 제어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이 기술이 재활·보행 보조를 넘어 인간 기능 향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기술 확산을 위해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뒷받침이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세의대 김한나 교수는 ‘보건의료 로봇 시대를 위한 기술·안전·신뢰 거버넌스’를 발표하며 AI와 로봇 융합이 불러올 기대와 위험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정책 포럼의 역할을 '리스크를 공론화하고,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행위 주체(에이전시)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봐야 하며, 시간·가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기술, 법·윤리,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했다. 토론에서는 '규제가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지적되는 한편,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피지컬 AI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좌장을 맡은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장은 “기술 발전에 비해 제도 투자가 미흡하다”며 “전체 연구비의 일부만 제도·수용성 연구에 투입해도 사회적 신뢰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