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뉴스를 보다 보니 충북 제천시의 고려인 마을 유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자세히 들어 보았다. 제천시는 철도 교통요지라고는 하지만 높은 산과 골짜기의 산악도시로서 인구는 13~4만 정도인데,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심각해 고려인 정착 마을 유치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천시는 고려인 4세를 중심으로 동포들을 적극 유치하고자 했는데,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근거로 고려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여, 거주공간 제공, 정착지원센터 운영, 한국어 교육, 자녀 교육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이들 거주지를 형성하고, ‘제천 고려인문화센터’를 설립하고, 한국어교육·상담·의료지원을 제공하며, 산업단지·농촌 일자리와 연계하여 안정적인 정착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천시 고려인 이주·정착 정책의 주요 내용은 1) 지역특화 비자에 따른 외국인 배우자 고용 허용. 2) 정착 초기 지원: 숙식, 교육, 정착금, 대학교 기숙사를 리모델링하여 이주자의 초기 정착을 위한 거주 및 교육 공간 제공. 초기 3~4개월간 숙식 지원,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취업·주거 안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 3) 실질적 정착 지원: 정착금, 자녀 돌봄·의료 지원. 사회통합 프로그램 3급 이상 자격 취득 시, 3개월간 월 30만 원의 정착지원금 지급. 고려인 자녀들에게 1인당 연간 30만 원의 돌봄 수당과 20만 원의 의료비 지원. 한국어 교육 및 미취학 자녀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고려인 마을은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이후, 구소련 지역 고려인들이 H-2(방문취업), F-4(재외동포) 비자를 통해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됨으로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 건설·제조·서비스업에 취업하기 위해 고려인들이 한국으로 유입되었고, 노동력 수요처 인근에 자생적 집단거주지를 형성했다. 산업단지나 항만도시 주변에 정착하다가 차차 ‘고려인마을’이 형성되었다. ‘고려인마을 정책’은 중앙정부가 직접 펼친 것은 아니고, 지자체가 지역사회 문제(주거·교육·복지) 해결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인천·안산·광주광역시 등은 고려인주민센터, 다문화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교육·의료·주거·노동 상담을 지원한다. 광주시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한국 최대 고려인 집단거주 지역(약 1만 명 거주)인데, 자생적으로 형성된 뒤, 광주시는 ‘고려인마을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주거·교육·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남동구 고려인 집단거주지는 항만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노동 수요가 있어 고려인이 유입되어, 인천시는 ‘외국인주민지원 조례’를 바탕으로 의료·교육 지원 사업 추진하고 있다. 안산은 특성상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대거 정착했고, 안산시는 다문화지원정책 하에 고려인 대상 한국어교육, 자녀교육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인, 동남아인 등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정착하는 형태는 대부분 제조업·건설·농축산업에 취업비자를 받아 오는 경우가 많으며, 재외동포들은 H-2, F-4 등을 받아 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거주지는 대부분 직장 있는 지역에 자생적으로 발생했다. 서울 구로구·영등포구 대림동이 대표적인 중국동포 집단거주지이다. 중국동포 출신 인구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노동시장(식당, 서비스, 제조업) 수요로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다. 이들은 경제활동도 활발하고 한국국적 취득율도 높으나 생활습관도 다르고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니 이들에 대한 한국문화/질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중국동포와 중국인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 안산시 원곡동은 ‘다문화특구’로 지정되었는데, 중국동포, 동남아 노동자, 고려인 등 다문화 집단이 거주한다. 인천 연수구와 부평구는 항만·제조업 수요에 따라 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집적거주지 형성하고 있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지의 노동자들은 산업단지·농촌 지역 중심으로 경기 화성/평택, 충남 당진, 아산, 전북 익산, 경북 구미, 전남 영암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지역에는 계절근로자 제도(농번기 단기 비자, 보통 3~5개월 체류)로 네팔·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노동자가 집단 거주하기도 한다. 도시형 정착지는 안산 원곡동, 시흥 정왕동, 수원 권선구 등으로 동남아·중앙아시아 이주민이 밀집했는데, 종교시설(이슬람 사원, 캄보디아·네팔 사찰 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형성되어 있다. 요즈음 결혼, 유학 또는 취업을 이유로 입국한 러시아인들의 숫자도 적지 않으며, 증가 추세이다. 유학생이나 취업 비자로 거주하는 러시아인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포항의 경우도 동남아 등지에서의 산업인력 공급과는 별도로 고려인, 사할린 동포 등 귀환가족들을 중심으로 정착마을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일동포, 재미동포 등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포항에는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인, 베트남인, 일본인, 러시아인도 늘고 있고, 미국, 헝가리, 몽골 등지의 유학생들도 적지 않아 이들을 바탕으로 국제거리/시장을 조성해도 좋을 것 같다. 포항시는 인구 50만명 중간크기의 도시이지만, 철강산업도시/항만도시/도농통합시로서 고려인, 사할린 동포, 조선족/탈북민, 재일동포/일본인, 러시아인/우즈베키스탄인 등의 유치에 나름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필자가 재직하는 한동대만 해도 많은 미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해외동포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몽골, 러시아 등지의 외국인들이 적지 않고, 한동안 한동대를 출발해 양덕동~환호동에 이르는 지점에 국제거리를 구상하기도 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영일만항/철도역/공항을 통해 러시아인과 일본인들의 방문도 증가할 것인데, 이들이 한철 지내며 의료서비스도 받고 쇼핑도 즐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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