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포항 해안에서 연이어 마약 의심 물질이 발견되자 해경이 군, 세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1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1리 해안에서 육군 50사단, 관세청, 한국해양안전협회 관계자 등 100여명과 마약 수색을 벌였다. 포항해경은 드론과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을 동원해 오도1리 해안을 비롯해 포항지역 해안 곳곳에서 마약 의심 물질이 있는지 확인했다.
포항에서 마약 의심 물질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5일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안, 지난달 26일 북구 청하면 청진리 해안에 이어 이달 7일에는 북구 청하면 방어리 해안에서 각각 중국산 우롱차(鐵觀音) 포장 형태로 위장된 마약 의심 물질이 총 3㎏ 발견됐다. 이 중 청진리 마약 의심 물질은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식 결과 마약류인 케타민으로 판정됐다.
제주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에서는 어제 또다시 우롱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류가 발견됐다. 두 달 새 벌써 12번째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께 제주시 우도 해안가에서 바다환경지킴이가 마약류 의심 물체를 발견해 신고했다.해당 물체는 기존 중국 우롱차 봉지에 위장 포장된 케타민 약 1㎏과 똑같은 형태로 확인됐다.
해경은 이날 오후 3시께 주변 해안가를 수색하던 중 또 다른 우롱차 봉지 위장 마약류를 발견해 수거했다. 이날 발견된 2건을 포함, 제주도 내 공식적으로 집계된 우롱차 봉지 위장 마약류는 두 달간 12번째다. 무게는 총 31㎏으로, 10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이다. 제주도민(66만5000명) 전체가 투약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처음 제주 바닷가에서 케타민이 발견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어떻게 유입됐는지, 누가 버렸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경은 제주 해상 주변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단속을 피해 투기한 뒤 떠밀려온 것인지, 운반 과정에서 사고나 실수로 바다에 떨어뜨려 해류에 의해 떠밀려 온 것인지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유입경로를 밝히지는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미 4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같은 수법이 성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캄보디아 해안에서 465kg의 케타민이 차 봉지 형태로 발견됐고,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발견된 마약이 해외조직과 연계돼 있는 만큼 이제 국내 단속만으로 마약 확산을 저지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마약 단속을 위한 국제공조에 서둘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