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대학 나오고 유학을 한 사람이며, 결혼하고 자식 낳고, 은퇴 이후에도 크게 아프지 않고, 나름 하는 일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니, 필자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면 ‘행복에 겨워 내는 짜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사셨던 선친께서는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그 말인즉슨 필자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장기간 공부하고 학자가 되었으면서도 돈에 대한 욕심을 보여주는 듯 했기에 그러셨을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미국에서 갑자기 귀국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창립대학에 와서, 더구나 곧바로 IMF체제를 겪으며 힘겨워하는 걸 보시고 하신 말씀일 수도 있다.
인생살이에 있어 어려움,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은 각자 다른 상황하에서도 언제나 따라다니는 것 같다. 지나친 과욕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이들도 있고, 더 큰 돈을 벌고 지키기 위해 큰 고민 하며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많지만, 우리 소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한달 수백만원의 고정적인 생활비와 크든 작든 안정된 주거일 것이다. 그에 맞춰 살아가며 그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 2020년대의 한국이 아닌 예를 들어 500년 전의 한국이라면 우리 소시민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왜란/호란으로 국토는 초토화되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죽고 먼나라로 끌려갔었다. 임금과 왕족들은 국민을 돌보지 않았다. 100년 전을 돌아본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힘들게 살았었다. 35년 후 해방이 되고 독립이 되었지만 남북으로 갈리고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지독한 가난이 찾아왔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우리는 남들이 볼 때는 잘 살고 있다. 국내외적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 잘들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제사회적으로 어렵다해도 그런대로 잘 넘겨가며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적지 않은, 숫자도 파악되지 않을 정도의 젊은이들이 보이스피싱에 빠지고, 좋은 돈벌이 있다는 유혹에 빠져 동남아로 가서 감금당하고, 구타당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5~6년간 필자에게도 이러한 전화와 유혹이 없었던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사리판단 하에 연락을 끊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도 하여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인적사항을 도용하여 몰래 은행계좌를 열고 돈 세탁에 이용한다든지, 미인계를 이용하여 불쌍한 척 돈을 뜯어내는 것 등 다양하다고 본다.
이번 캄보디아 중국갱단 사건을 보면, 이들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쉬운 돈벌이가 있다 유혹하여 그 나라로 오게 하고, 패스포트를 뺏고 감금하여 온갖 범죄에 이용하고, 말 않들으면 죽이고 장기를 팔아버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에 동조하게된 한국인 유인 담당들도 있었다. 동남아국가들 중에는, 빈부격차 심하고, 정치권력이 큰 부정을 일삼으며, 많은 정적과 국민들을 학살하던 나라들도 있다. 지금 캄보디아에 중국인 갱단이 판을 치고 있다지만, 필자가 5~6년전 수차례 방문시에도 그러한 말을 얼핏 들은 바 있는데, 우리 공관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나 있었는지? 얼마 전 감금 후 도망쳐 나온 분이 어렵게 우리 공관에 전화하니 휴일이니 월요일 다시 연락하던지 119에 전화하라고 했단다. 모든 해외 공관이 그러함은 절대 아니겠지만, 그때 그분과 그 같은 상황에 처했을지 모르는 다수의 분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좀도둑 없는 거리도 깨끗하고 공중화장실도 깨끗한 국가임을, K-pop, K-drama 등 한류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 매우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사행심에 빠져 범죄 소굴로 빠져들고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우리나라를 장밋빛으로 선전을 해도 정치경제체제가 기둥부터 썩어감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세상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되뇌이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좀 더 성실한 기술자들, 직장인들, 그리고 소상공인들을 키워내야 한다. 허황한 꿈을 꾸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보다는 매일매일을 성실함으로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살아가며, 각 마을 공동체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는 소시민적인 사람들을 키워내야 한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그러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들이 정책에 반영되고 국정에 반영되는 그러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소시민들도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러한 사회, 이들이 차차 중산층을 이루어 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