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기준선 불분명해 北 침범 반복… 충돌 우려 커져”
정전협정 표지판 80% 유실… 일부 구간 남북 인식차
이재명 정부 첫 회담 제안… 소통 복원 시험대 될까

국방부가 17일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의 기준선을 설정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최근 북한군이 DMZ 내 MDL 인근에서 전술도로를 만들고 철책을 설치하며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병력이 MDL을 넘어 우리 측 지역까지 침범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간 기준선 설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 간 마지막 군사회담은 2018년 10월 열린 제10차 장성급 회담으로, 이번 제안이 성사되면 약 7년 만에 군사적 소통이 재개될 수 있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회담 일정과 장소는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이번 제안에 북측이 긍정적이고 신속히 응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간 군 통신선은 모두 끊긴 상태로, 국방부는 이번 제안을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핑크폰’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D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약 1200개의 표지판으로 표시됐으나, 시간이 흐르며 상당수가 유실돼 현재는 약 200개 정도만 남아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1973년 유엔사가 표지판 보수 작업을 하려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은 뒤로 관련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남북은 일부 지역의 경계선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으며, GPS를 사용하지 않는 북한군이 작업 중 MDL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들어서도 수십 명 규모의 북한군이 MDL을 넘었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으로 퇴각한 일이 수차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 제안이 기준선 설정뿐 아니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해소와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 채널을 차단하고 어떤 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2000년 이후 남북 군사회담은 국방장관 회담 2회, 장성급 회담 10회, 실무회담 40회가 열렸으며, 마지막 회담에서는 DMZ 내 감시초소(GP) 각 11곳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방부는 북측의 호응 여부에 따라 남북 간 군사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