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실 등 압수수색… 황태선 실장 입건, 개인장비 확보도
KT, 폐기 시점 허위 보고 의혹… 정부 “조사 방해 고의성” 판단해 수사의뢰

KT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KT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KT가 해킹 사고 처리 과정에서 서버를 폐기해 증거를 은닉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KT 사옥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성남시 분당구 KT 판교 사옥과 서울 서초구 방배 사옥 등 3곳에 대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관 20여 명이 투입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경찰은 판교 사옥 내 정보보안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곳은 KT가 해킹 사고를 언제 인지했는지, 이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공간으로 꼽힌다.

경찰은 정보보안실 총괄자인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그의 휴대전화·노트북 등 개인 장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방배 사옥은 고객 원격상담시스템이 구축돼 있던 곳으로, 해킹 의혹의 진원지 중 하나다. 경찰은 KT가 해당 시스템의 구형 서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폐기한 과정 전반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경찰은 "판교·방배 사옥 외에 1곳을 포함해 총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KT 측도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수사는 지난 8월 미국 보안 전문 매체 ‘프랙’이 중국 연계 해킹 조직이 KT 고객 원격 점검용 사이트 ‘rc.kt.kr’의 인증서 등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에 자체조사 결과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KT는 같은 달 13일 ‘침해 의혹이 없다’는 내용의 결과를 제출하면서 군포·구로·광화문 고객센터 구형 서버를 8월 1일자로 종료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8월 1일(2대), 6일(4대), 13일(2대) 등 세 차례에 걸쳐 서버가 순차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고, KT가 폐기 시점을 조작해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7월 19일 이미 관련 정황을 KT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KT가 조사 회피를 위해 서버를 조기 폐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일 민관 합동 조사단의 결과를 토대로 “KT가 정부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KT의 증거은닉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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