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배움의 공간을 파괴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폭력 조치 기록이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되면서 교육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과거 일부 대학의 자율 반영 수준에 머물렀던 학폭 기록이 이제는 수시·정시·논술·실기 등 모든 전형에서 평가 요소가 된 것이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서도 계명대와 경북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학폭 이력으로 탈락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학폭 이력이 있던 397명 중 75%가 불합격했고, 정시에서는 탈락률이 96%에 달했다. 이는 학폭 기록이 단순 참고가 아니라 사실상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조치는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사회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대학들은 조치 ‘호’에 따라 감점 폭을 나누거나 사실상 부적격 처리하는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자퇴 후 검정고시로 기록을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학생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도 보완됐다. 최근 학폭 심의 건수가 크게 증가한 사실은 현장에서의 감수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학별 자율성이 지나치게 커 대학마다 감점 방식이 크게 다르고, 동일한 학폭 조치라도 평가 결과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경미한 조치가 낙인으로 작용해 학생의 미래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나아가 점수 감점 중심의 처벌적 접근만으로는 폭력 예방과 배려 문화 형성이라는 근본적 과제에 다가서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학폭 기록 반영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대교협은 조치 수준별 감점 최소·최대 기준을 제시해 대학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감점뿐 아니라 반성과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 정성 평가도 확대해야 한다. 장기 기록이 학생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치 성격에 따른 기록 보존의 차등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 상담 지원,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 본질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학교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상처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 대학 입시는 지식뿐 아니라 책임과 인성을 평가하는 자리다. 학폭 기록 반영은 그 방향을 확인하는 첫걸음일 뿐, 제도가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가지려면 공정성과 회복적 관점을 갖춘 촘촘한 설계가 요구된다. 이번 변화가 처벌에 그치지 않고 반성과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벌점이 아니라, 반성과 성장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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