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호 예천소방서장

▲ 예천소방서장 안 영 호 모습.예천소방서 제공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한순간의 연기와 불길은 익숙한 집 구조조차 낯설게 만들어 대피를 더욱 어렵게 한다. 실제 주택 화재 사망자 상당수는 불길보다 연기 흡입과 대피 지연으로 발생하고 있어, 평소의 준비가 생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집 대피계획 세우기’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가정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안전 수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가정에서는 먼저 집 안의 모든 탈출 경로를 가족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관뿐 아니라 창문, 베란다, 비상계단 등 다양한 우회 통로를 살펴보고 방마다 가장 빠르고 안전한 이동 방향을 미리 공유해 두어야 한다. 또한 집 밖에서 가족이 모일 장소를 하나 정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나 주차장처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집결지로 정하면 위급 상황에서도 서로의 안전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와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세심한 대비 역시 필요하다. 문을 열기 전 손등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연기가 보이면 몸을 낮춰 이동하며, 손전등과 비상물품의 위치를 평소에 알아두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피계획을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연습하는 것’이다. 연 1~2회 정도는 실제 상황처럼 불을 끄고 각자의 방에서 출발해 정해둔 경로로 이동하는 훈련을 권한다. 반복적인 연습은 위급한 순간 머릿속보다 몸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예천소방서는 겨울철을 앞두고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과 함께 가정별 대피계획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 장애인 등 화재취약계층은 신체적 제약과 주거 환경 등의 이유로 대피계획을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예천군과 협력해 화재취약계층 지원사업인 ‘너나들이 안전망’을 추진하며, 관내 200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지원과 소화기 배부, 현장 방문 소방기본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안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한 맞춤형 지원이다. 예천소방서는 앞으로도 군민 여러분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이어가겠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