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소는 론스타가 2012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이다. 또 2023년 9월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한 지 2년여 만의 결과다.
실제 소송 경과를 살펴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317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9월 해당 판정에 대한 취소를 신청했고, 올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구술심리 이후 11월 18일 최종 취소 판정을 받았다.
ICSID 중재판정이 전면 취소된 사례는 1972년 제도 출범 이후 단 8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판정 취소율을 고려하면 이번 승소는 흔치 않은 ‘역전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2억1650만 달러(약 3200억원)에 달하던 배상 책임이 완전히 사라졌고, 소송 과정에서 지출한 73억원의 비용도 돌려받게 됐다.
이번 쾌거는 정부 관계자들과 변호인단이 수년 동안 법리의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며 치열하게 싸워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성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은 현재 우리 정치 갈등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전·현 정권 인사들은 승소를 두고 앞다퉈 공치사를 이어가는 추태를 보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승소를 환영하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외교 성과임을 암시하면서 '대한민국의 승리'라는 표현을 앞세우는 교묘한 방식으로 공로 귀속 논란을 피해 가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전 정부 시절 한동훈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판정 취소 신청을 결정했을 때 민주당 등 당시 야권에서 "승소 가능성이 없다. 소송비만 늘어난다"며 한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던 점을 감안하면 뒤늦게 '숟가락 얹기'라는 냉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뒤늦게라도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론스타 취소 신청 사건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에 기여한 한 전 대표를 칭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 들여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처럼 인간은 칭찬에는 약한 약한 존재다. 아무리 심한 갈등을 겪다가도 상대가 칭찬을 해오면 마음이 누그러지게 되는 법이다. 정적(政敵)이라 해도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잘한 것은 잘 했다고 할 때 우리 정치는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