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헌법 정신 따른 개혁”… 최고위원단 “절차·속도 모두 문제”
투표율 16.8% 불과한데 ‘압도적 찬성’ 해석… 지역 대표성 왜곡 우려도
당무위·중앙위 앞두고 지도부-원내·최고위 곳곳서 균열 조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주도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1인 1표제’ 도입을 놓고 지도부와 최고위원, 원내지도부, 친명계 일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 대표는 “당원 주권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개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 선거 정신을 이제야 민주당이 따르는 것”이라며, 지난 19~20일 당원 투표에서 ‘1인 1표제’ 안건에 응답자의 86.8%가 찬성한 점을 들어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언주 최고위원은 “졸속, 즉흥적으로 추진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최고위원 과반이 숙의를 원했음에도 일부 지도부가 밀어붙였다”며 “투표율이 16.8%에 불과한데 이를 압도적 찬성이라 표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강득구 의원도 “대의원제는 지역 균형과 전국정당 기반을 위한 전략적 장치”라며 “보완장치까지 없애는 건 졸속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윤종군 의원은 “영남 지역 당원 비중이 10%도 안 되는데 전국정당 취지와 맞지 않게 작동할 수 있다”며 “당원 자긍심을 위한 대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중 개정 작업이 추진된 점도 논란이다. 친명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절차적 정당성과 시점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정 대표가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에선 열세였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압승한 바 있다.

일각에선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가운데, 정 대표가 이들의 사퇴 이후 친정체제를 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선거 6개월 전까지 최고위원직을 사퇴해야 하며, 궐위 시 2개월 내 보궐선거 또는 중앙위 선출이 가능하다.

한편 김병기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충돌도 표면화됐다. 김 원내대표가 검찰 고발 건과 관련해 강경 대응을 비판하자,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과 전현희 최고위원은 “상임위 고유 판단이었다”며 맞섰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체제 당시에는 수면 아래 있던 리더십 균열이 대선 직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 28일 중앙위를 열어 개정안 의결을 추진한다. 당내 갈등은 이 과정에서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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