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환헤지·외환 스와프 연장 등 시장안정 방안 논의
연금 달러 매도 확대 검토… "수익률 훼손" 우려도
정부 "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 조화 모색"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급등한 원·달러 환율 대응을 위해 4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최근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자 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공식적으로 조율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언론 메시지를 통해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가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집중되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자산 1322조원 중 43.9%인 약 581조원이 해외 자산이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검토될 수 있는 조치로는 ‘전략적 환헤지’가 거론된다. 이는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 상승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달러 표시 해외 자산의 일부(최대 10%)를 시장에 매도해 외화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 계약 연장이 거론된다. 현재 양 기관은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으나, 올 6~7월 환율 하락 후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다.
협의체에서는 해당 계약을 연장하거나 실제 집행을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직접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대신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를 공급받아 시장의 외화 수요 압력을 줄이려는 취지다.
다만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제고’을 운용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과도한 환헤지나 외환시장 개입은 장기 수익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환헤지 비중이 커지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전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외환 스와프 계약 역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정부 투자기관의 외환시장 개입까지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 수단으로 쓰일 경우 국제적 비판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1.1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