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석유공사 수장에 발탁된 김 사장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셸에서 20년 넘게 일한 석유 전문가로, 주변국인 중국, 일본의 활발한 해저 자원 개발 맞대응 차원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석유공사는 엑손모빌 심해 가스전 탐사팀 출신인 비토르 아브레우가 운영하는 '액트지오'사로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분석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작년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산유국의 꿈'을 자극하는 '국정 브리핑'을 갑자기 자청하고 이를 자신의 치적 사업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석유공사의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는 정치판으로 끌려가게 됐다. 이처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인 영향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1인 기업인 액트지오를 자문사로 선정한 데 중점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정권 교체 이후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한 첫 시추 결과 가스·석유가 발견되지 않자 여당이 된 민주당은 액트지오 자문사 선정 등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전반에 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사업 추진에 대해 백안시하는 분위기다. 또한 감사원은 현재 울산 석유공사 본사에 조사팀을 보내 자료 검토, 관련자 면담 등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가 투자유치 입찰을 통해 해외 메이저인 BP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정부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마지막 단계인 광권계약을 계속 늦추고 있다. 만일 최종 선정이 늦어지면 해당 사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BP를 비롯한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 사업에서 손을 뗄 우려가 높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사실상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중국·일본 등 우리 주변국들은 한반도 주변 해역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활발한 해저 자원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가 단지 정치적인 이유로 동해 심해전 가스 개발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작은 이익을 버리고 큰 이익을 취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