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제정 이후 유지된 ‘직무상 명령 복종’ 규정 역사 속으로
‘지휘·감독 따라야’로 표현 완화… 위법 지시에 의견 제시·거부 가능
육아·난임휴직 확대, 성비위 징계시효 10년 등 공무원 복무제도도 손질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무원의 ‘복종 의무’ 조항을 폐지하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불복할 수 있는 권한을 법으로 명확히 한다. 지난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후 76년간 유지돼 온 이 조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무원이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그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고,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문구로 바꾼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다. 당시 위법한 지시를 받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복종 여부를 두고 혼란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명령과 복종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방공무원법도 같은 방향으로 개정된다. 현행법엔 복종 의무만 있고, 위법한 지시에 대한 불복 절차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개정안은 상관의 지휘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로 인한 징계나 인사 불이익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공무원의 소신 있는 행정을 보장하고, 국민 중심의 공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용수 인사처 차장은 “복종 의무는 단순한 법조문을 넘어 공직문화의 문제”라며 “기존 판례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성실 의무’ 조항도 함께 손질된다. 지금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앞으로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바뀐다.

이밖에 공무원 복무 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 기준은 기존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상향된다.

난임 치료를 위한 ‘난임휴직’도 별도 항목으로 신설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청만으로 허용되도록 했다.

스토킹이나 음란물 유포 같은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시효는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징계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게 된다. 중대 비위자의 의원면직 제한 규정도 보완돼, 면직을 허용하되 인사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정부는 개정안을 다음 달 2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통과 후에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중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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