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탄소중립 및 수소환원제철을 주제로 한 국회포럼이 개최됐다. 포스코 제공
국내 철강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수출·고용·생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전방위 위기 속에서도 이를 지탱할 제도적 대응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둔 ‘K-스틸법’은 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다. 지금 국회가 머뭇거린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

경북 철강제품 수출액은 10월 기준 4억6725만달러로 전년 대비 27.7% 감소했다. 경북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 이 정도로 위축된 것은 단순 경기 변동이 아니다. 포항철강산단의 8월 생산액도 1조10998억원으로 전년보다 10.3% 줄었고, 고용 인원은 127명 감소했다. 포항 지역 상가 공실률이 중대형 35%, 집합상가 39%에 이른다는 사실은 산업 위기가 이미 지역민의 생활 기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강도시로 성장해온 포항의 경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 제조 기반 약화도 심각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2014년 이후 10년간 18% 넘게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과잉, 대규모 투자 부담, 저탄소 전환 압력 등이 한꺼번에 작용하는데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유럽연합의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같은 외부 규제는 한국 철강업계에 수천억원의 부담을 추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실이다.

이 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K-스틸법은 저탄소 기술 전환과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법안에는 세제 지원,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이 포함돼 있어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수소환원제철 같은 미래 기술 투자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뒷순위로 밀린다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법안 논의는 국회에서 멈춰 있다. 여야 의원 100명 이상이 공동 발의했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며 지연되고 있다. 산업계와 지자체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안이 늦어질수록 기업은 투자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지역은 일자리·생산·인구가 함께 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국가 기간산업이 무너지는 속도를 현장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절박한 신호다.

철강산업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 전반의 체력과 직결된 전략 산업이다. 국회가 이 현실을 외면하고 또다시 정치적 계산에 갇힌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가경제에 돌아갈 것이다. K-스틸법은 단순한 지원 법안이 아니라 산업의 생존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국회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27일, 반드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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