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검찰은 해경이 세월호 구조활동을 외면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난 만큼 이 선장 등 세월호 선원 등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해경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세월호 선체 기울기를 분석한 결과 침몰 직전 47분 동안에 해경이 선체에 진입해 승객을 모두 구조할 수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그 증거로 해경이 배 위에서 깨진 창문으로 세월호 안을 쳐다만 보고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외면했던 동영상을 다수 확보했다는 것이다.
합수부의 분석내용을 보면 오전 9시 45분경의 세월호는 62도 가량 비스듬히 뉘어진 상황이었다. 관계자는 “이 정도 기울기라면 선박에 고정된 뭐라도 잡고 이동할 수 있는데도 해경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안에서 마지막 문자가 보내질 당시는 108.1도 기울어진 상황이었으며, 합수부 관계자는 “이 학생은 물이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4층 어디선가 벽에 기대어 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10시 17분까지 학생이 카톡을 보낼 수 있었던 만큼 당시에 해경 역시 구조가 가능했음에도 구조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해경은 세월호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선장과 선원 등 일부 승객만 구조했으며, 직접 세월호에 승선해 아직 침몰하지 않은 시간 47분 동안 승객들에게 탈출을 안내하는 방송을 할 수 있었지만 시도하지도 않았다. 해경이 탈출 안내방송을 하기 힘들었더라도 선체내로 들어가 승객들의 탈출을 안내하고 구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합수부는 이번 참사를 키운 것을 5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책임도 권한도 없는 계약직 선장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둘째, 모든 일은 초보 항해사와 조타수에 맡겼다. 셋째, 2.5배의 과적을 한 후 위험을 안고 운행했으며 넷째, 관할해역에서 사고가 난지 18분 후에야 인지했다는 점이다. 다섯째, 세월호 선원 중 해군출신 선원들도 다수 있었지만 모두 승객을 외면하고 자신들만 탈출했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설마가 부른 안이함의 결과였다.
합수부가 정리한 내용처럼 이번 세월호 사고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재되어 있던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두꺼운 껍질을 쓰고, 보이지 않았던 낡은 제도나 해묵은 인식을 이제는 스스로 깨뜨려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번 일을 저지른 당사자들에게는 잘못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국가는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원칙이 바로서는 공동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