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6위로 한국 유도계 간판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경북체육회 소속 허미미가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 여자부 57㎏ 이하급 경기에서 세계랭킹 1, 2위를 연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1995년 대회 정성숙(당시 여자 61㎏급)과 조민선(당시 여자 66㎏급)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남녀를 통틀어도 2018년 세계선수권 조구함(남자 100㎏급) 이후 6년 만이다.

허미미는 이날 열린 2024 세계선수권 여자 57㎏급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를 상대로 12분19초간의 처절한 골든스코어(연장전) 혈투 끝에 반칙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유도 경기 정규시간은 4분이며, 연장전은 먼저 포인트를 따내는 선수가 승리하는 서든데스 방식이다.

앞서 허미미는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는 세계 2위 제시카 클림카이트(28·캐나다)를 절반승으로 물리치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세계랭킹 1위인 크리스타 데구치와 보기 드문 10분 이상의 장기전을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유도 간판으로 떠오른 허미미는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며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허미미는 일본 와세다대 재학 중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해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29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허미미는 침체기에 빠진 한국 유도에 혜성처럼 나타난 에이스다. 

그가 세계 정상에 서기까진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허미미는 이후 2022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고, 2년여 동안 이번 세계선수권을 포함 각종 국제대회에서 8차례 우승하며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지난 1월 '2024 포르투갈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차지한 허미미는 이제 2024 파리올림픽 준비에 전념한다.

올림픽에서 여자 유도는 애틀랜타올림픽(조민선) 이후 28년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남자 유도 역시 2012 런던올림픽 당시 김재범·송대남 이후 금메달이 없는 만큼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유도의 부활을 이끌게 될 허미미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