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5명 대부분 노약자
사태 급박해진 후에야 대피령
한밤 대피하다 도로·차안서 숨져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부권을 덮친 초대형 산불로 최소 15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시설·문화유산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체계적인지 못한 주민대피 조치가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 계곡 마을에 주차된 차량이 산불에 전소되어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 계곡 마을에 주차된 차량이 산불에 전소되어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순차적으로 위험지역 주민들을 미리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키지 않고 사태가 급박해진 후에야 전 주민에게 동시에 대피령을 동시에 발송해 피란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26일 경북 북부권 주민과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4개 시·군으로 번졌고, 이로 인해 지역마다 대피 행렬이 이어지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총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당수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사전 대피를 못한 상황에서 황급히 대피를 시도하다 차량이나 도로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긴박한 재난 상황에서도 과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송된 재난 문자 역시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기 직전에서야 주민들에게 '뒷북' 발송되는 등 시의성이 떨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안내된 대피 장소가 5분 만에 변경되는 등 우왕좌왕한 모습도 드러났다.

영덕에서는 이날 새벽 주민 104명이 산불로 인해 대피하던 중 축산항과 경정3리항, 석리항 방파제에 고립됐다가 울진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장소를 바꾸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고령자들의 경우 재난문자를 받았더라도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산불 피해를 본 지역 주민 대다수가 고령의 어르신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사 대피 문자를 받더라도 신속한 대처가 어려웠고  대피하기 위해 차를 몰고 나오더라도 짙은 어둠에 도깨비불처럼 날아드는 불씨를 피해 산불 현장을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을 상황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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